[여책저책] 두 바퀴로 국토 종주 vs 티격태격 제주 살이…흥미 만점 여행人 이야기
주위를 보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이가 있습니다. 대게 즉흥적이기 마련이죠. 반면에 어떤 계기를 바탕으로 짐을 꾸리는 이들도 있죠. 삶의 분위기 전환 내지는 새 출발의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여책저책은 각자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난 저자들이 풀어낸 이야기를 함께 읽어봅니다.
최만형 | 북랩
사람은 누구나 힘든 일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 여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진다. 가정이 가난했던 탓에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 허우적거리기 바쁜 삶을 살아왔다.
저자는 비데·연수기 사업에 실패하고 신용 불량자가 돼 가정 파탄의 위기까지 맞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삶에 종지부가 그리 쉽게 찍히지 않는다. 달릴 수 있는 길만 찾게 된다면 말이다.
그렇게 우연히 전국 국토 종주 자전거길을 알게 된 저자. 그는 젊은 시절 뭐라도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한 달간 훈련에 들어갔다. 중고 자전거를 구매해 가벼운 마음으로 안장에 엉덩이를 앉혔다.
비바람과 무더위에 지쳐 피하고 싶은 날들도 무수했지만, 곳곳에서 뻗어 나오는 손길을 통해 사람의 향기를 느꼈다. 29일간의 여정은 실패만 해 왔던 인생의 첫 달성이 돼 줬고, 남은 삶을 알차게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선으로 남았다.
저자는 “어렵다고 외면하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달려든다면 반드시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자전거 종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향기로 느껴지길 기대했다.
강과 산이 만들어 내는 입체감이 섬진강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가득하고, 일반 도로를 따라가는데 언덕이 반겨 주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면 다음 언덕 때 힘들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감으로써 체력 소진을 줄이고, 내리막길을 초고속으로 내려가니 온몸에 전기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무엇이든지 해 보아야 터득이 되고 기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엄봉애 | 도서출판 푸른향기
단지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내고 가끔은 꼴 보기 싫은 남편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외에 자랑스러울 일이 없다고 술회한다. 그러다 우연찮게 제주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돈 없으면 한 달, 여유가 되면 두 달, 또는 세 달 살이를 하는 그들의 모토는 ‘바람과 햇볕 아래 오랫동안 서 있을 것. 자주 외로운 자리를 만들 것. 편안한 곳을 정해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것. 고요하고 낯선 것들을 어려워하지 말 것’이다.
저자는 평생 자신의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됐으니, 제주에서만큼은 자신이 대장이 될 수 있어 남편을 골탕 먹이기 딱이었다며 신바람이 나서 자주 제주를 들락거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제주의 올레길과 숲을 걷고 바다를 따라 걸으며 느리고 소박한 삶을 누리기도 했다. 고사리를 꺾다가 돌무더기 위로 넘어지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보며 웃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산을 오르다 슬며시 남편의 손을 잡아보기도 한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언제부터인가 먹고 자고 걷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자꾸만 그들의 발길을 ‘젊어지는 섬’ 제주로 향하게 하는 까닭으로 자리했다. 저자는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것이 바로 내 말이야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로 하고 싶었다”며 “그렇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싶어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이유를 전했다.
들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게, 멋진 장소나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 중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갑작스레 퍼붓는 비, 우산의 주인인 듯 보이는 아이가 친구를 위해 내어놓은 젖은 어깨를 보는 일. 철 지난 옷을 뒤적대다가 툭! 주머니에서 떨어진 상수리 열매나 조개껍데기 하나가 지난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으면, 더불어 떠오르는 그날이 아득했지만, 어제 같아서 참 좋았다.
제주의 숲은 깊다. 아무리 뜨거운 날이라도 아름드리나무들이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머리 위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면, 산 벚꽃 잎들이 바람결에 하느작대며 눈앞으로 지나간다. 이미 져버린 동백군락지에는 볕에 바랜 꽃들이 툭툭 떨어져 발걸음을 잡는다. 간혹 성한 꽃송이를 발견하면, 한쪽 길옆으로 꽃들을 보기 좋게 모아놓거나 검은 바위 위에 이쁜 모양으로 올려놓는다. 그곳을 지나는 누군가는 그 꽃들을 보며 행복해질 것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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