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터넷은행 심사 때 사업계획·자금조달 능력 볼 것"
한국금융연구원 세미나…"중·저신용 공급도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가 과정에서 사업계획 타당성과 자금조달 능력을 중요한 요소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13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터넷은행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분들이 계신다면,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들이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모델, 특히 비대면 제약을 넘어설 정교한 모델 구축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연체율 상승·자산 증가 등에 발맞춰 충분한 자금력 등 경영·건전성 관리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제4인터넷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인터넷은행이 새롭게 들어와 경쟁이 촉진되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예단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업자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가지고 들어올 계획이 있다면, 그에 대해 저희가 사업계획과 자금조달능력을 심사해 부합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앞선 발표에서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리스크가 크고, 비대면 영업방식 한계로 기존 인터넷은행이 취급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에 특화하고자 하고 있다"며 "사업계획 타당성과 대주주 자금 조달 능력이 인가의 필수적 요소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은행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평가하며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했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3사 모두 예상치 못한 자본확충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새로 진입한다면 초창기 자본 조달도 중요하지만, 영업을 해 나가면서 계속 자본확충을 할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인터넷은행의 성과로 "기존 은행이 생각하지 못했던 모임통장, 파킹통장, 외화통장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의 금리가 낮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아 소비자가 혜택을 누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 과장도 "소비자 앱 이용 편의성을 높이면서 시중은행에도 많은 자극이 됐다"며 "수수료 인하도 경쟁 촉진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주담대에 편중된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 국장은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수익을 성장시킬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대환은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 잘 내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주면서 뺏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업은 저희가 생각한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도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올라갔지만, 수익이 어디서 나왔는지 보면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지 않은 주담대에서 수익이 났다"며 "이것이 원래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의 중·저 신용대출 공급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가, 지난 2021년 5월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 이후 이행 실적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행되고 나서야 본격화했다고 했다.
정 국장 역시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지 못하던 차주들을 포용하기를 기대했는데, 기존 중금리 시장을 시중은행·저축은행과 경쟁하며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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