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치고, 양현종도 치고… 19살 루키의 미친 타격, 재능에 노력을 덧댔다

김태우 기자 2024. 6. 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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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환은 어떤 투수의 공이든 금세 타이밍을 잡고 그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존의 호평을 1군 무대에서 잘 증명해내고 있다. ⓒSSG랜더스
▲ 11일 인천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박지환은 양현종 등 특급 투수들과 승부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남다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고졸 신인 박지환(19)은 캠프 당시부터 남다른 타격 재질로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고졸 야수들은 투수들보다 1군 레벨에 다다를 때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박지환은 그 과정이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고졸 야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이밍을 잘 맞췄다. 처음 보는 투수들의 공에 타이밍을 잘 맞춰 과감하게 자기 스윙이 나가는 것을 보고 코칭스태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숭용 SSG 감독은 “보통 신인 야수들은 타이밍을 맞추기도 어렵고, 타이밍을 맞춰도 공을 인플레이 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박지환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SSG가 기존 계획보다 더 빨리 박지환을 중용하기로 한 것은 그런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2군에서는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그리고 1군에서는 경험을 병행한 박지환은 4월 17일 1군에 다시 올라온 이후 점차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타격 성적과 별개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경기를 알고 한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성적이 처져도 꾸준하게 기회를 준 이유였다.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이 어느덧 3할까지 올라왔다. 하필이면 그때 부상이 찾아왔다. 손에 투구를 맞았다. 한 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했다.

보통의 루키 선수들은 좌절하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애써 쌓았던 입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박지환은 결코 굴하지 않았다. 손에 깁스를 해 타격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하던 시기, 박지환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른 쪽에서 충분히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지환은 “부상 기간 중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1군 투수들의 공을 타석 혹은 더그아웃에서 본 게 도움이 됐다. 박지환은 확실히 1군 투수들의 공 끝과 변화구가 좋았다고 인정했다. 그 공을 계속 떠올렸다. 다시 그 공을 만나면 어떻게 쳐야 할지 연구하고 또 상상했다. 박지환은 “최원태(LG) 선배님에게 헛스윙 세 번을 하고 삼진으로 물러난 적이 있었다. 최원태 선배님 공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면서 “그런 공들을 복기하면서 머릿속에 많이 그렸다. 그래도 1군 투수들의 공을 본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박지환은 복귀 후 한 달간 그렸던 상상의 나래를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활을 거쳐 6월 9일 1군 무대에 돌아온 박지환은 네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다. 9일 롯데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는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리는 등 4타수 2안타, 더블헤더 2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1일 인천 KIA전에서는 데뷔 후 첫 3루타와 끝내기 안타 포함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를 봤다. 박지환은 “정해영(KIA) 선배님은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시다. 두 가지 구종을 노리는 것보다는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다”면서 “초구 패스트볼을 놓쳤을 때 아차 싶어 고민도 됐지만 그래도 슬라이더를 계속 노렸던 게 주효했다”고 이야기했다. 슬라이더 궤적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그 공에 집중했고, 선천적인 타격 재질은 그 공을 정확하게 맞혀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자질에 노력을 덧댄 안타였다. 9회 2사 후 뜬공을 잡아내고 관중석을 향해 씩 웃을 정도로 경기를 즐기는 대범한 멘탈도 가지고 있다. 박지환은 “잡았는데 관중 분들이 너무 크게 환호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웃어보였다.

▲ 박지환은 15경기에서 타율 0.429, OPS(출루율+장타율) 1.097을 기록하며 리그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SSG랜더스

그리고 12일 인천 KIA전에서는 데뷔 후 첫 4안타 경기를 했다. 이날 KIA 선발은 자타공인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양현종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의 그 공도 신이 난 박지환의 방망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부상 전에 KBO리그 최고 투수인 류현진을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는 박지환인데 당시 타구보다 12일 양현종을 상대로 한 타구의 질이 훨씬 더 좋았다. 어떤 투수든 타이밍을 금방 맞추고 이를 공략하는 박지환 특유의 장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직 몸에 힘이 다 붙은 상황은 아니라 타구 속도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타를 맞히는 비율이 부상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고졸 루키가 15경기에서 타율 0.429, OPS(출루율+장타율) 1.097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박지환은 그럴 수록 차분하게 경기를 바라본다. 박지환은 “공격이 잘 될수록 수비부터 단단하게 잡고 가야 한다”며 다음 목표를 응시했다. 박지환은 12일 경기에서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자신의 다짐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그간 쏟아져 나오는 리그의 어린 야수들을 부러워했던 SSG가, 이제는 자신들의 대답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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