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PB제품 우대 의혹…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

최지혜 2024. 6. 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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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노출 순위 알고리즘 조작…PB제품 리뷰에 임직원 동원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의 리뷰 작성을 통해 PB제품 판매를 우대한 쿠팡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CPLB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 부과와 함께 검찰고발 조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CPLB는 쿠팡의 PB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로, 2020년 7월 쿠팡의 PB 사업부에서 분사돼 설립됐다. 쿠팡은 '곰곰', '탐사', '코멧' 등 18개의 자체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쿠팡은 '자기 상품 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를 모두 영위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온라인 쇼핑시장의 1위 사업자다. 자기상품은 직매입상품과 PB상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개상품은 입점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이다. 중개상품 판매 시 쿠팡은 거래수수료를 수취한다.

거래액 기준 쿠팡의 자기 상품 판매 비중은 2019년 약 60%에서 2022년 70% 수준으로 올랐다. 쿠팡의 판매상품 수는 PB상품 1만5000개, 직매입 600만개, 중개상품 약 5억개 수준이다.

쿠팡은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은 판매량, 구매후기 수, 평균 별점 등을 반영해 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은 검색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 구매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해 검색순위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과 CPLB는 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이 구매후기와 별점을 부여하게 했다. 이를 통해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21만개 입점업체의 4억개 이상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가도록 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에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등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에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이 포함됐다. 쿠팡은 위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서도 이같은 행위를 이어갔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자기 상품의 노출수·총매출액 증가 △입점업체의 검색순위 하위 노출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선택 저해 △상품들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봤다.

실제 쿠팡 내부자료에 따르면 상단에 노출된 프로모션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 증가했다. 고객당 노출수는 43.28% 상향됐다. 검색순위 100위 내에 노출되는 PB상품의 비율이 56.1%에서 88.4%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쿠팡이 검색순위를 상위로 끌어올리거나, 상위에 고정해주지 않으면 상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검색순위 100위 밖에 있던 상품들이 순위 1위, 2위 등에 노출되거나 1년 9개월 이상 장기 노출되기도 했다.

쿠팡은 PB제품을 검색 노출 상단에 장기간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쿠팡이 장기간 상단에 노출한 제품들. /공정위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PB제품 체험단인 '쿠팡체험단'에 임직원을 동원(바인)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7월까지 총 2297명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PB상품에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게 했다. 이를 통해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후기가 작성됐다. 이들이 부여한 평균 별점은 5점 만점에 4.8점이다. 직원들에게는 부정적 구매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 조치했다.

특히 초기 2년 동안 출시된 PB상품의 무려 78%에 임직원 바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반면 직매입상품의 85.5%는 구매후기가 없고, 95%는 유용한 구매후기가 없었다.

이처럼 작성된 후기에는 직원들이 작성했다는 표시가 없거나 눈에 띄지 않게 했다. 쿠팡은 2021년 6월 공정위의 1차 현장조사 이전까지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어 2021년 7월 이후에도 소비자들이 상품 검색 후 몇 단계를 클릭해서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는 개별 구매후기 제일 하단에 임직원 작성 사실을 기재했다.

공정위는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 작성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봤다. 쿠팡 임직원이 작성한 후기와 일반 소비자 후기. /공정위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불공정거래 행위 중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 위반한 것으로 봤다. 소비자로 하여금 PB상품이 실제보다 또는 다른 사업자의 것보다 현저히 우수한 상품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권을 보장하고 가격과 품질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유도했다"며 "상품 거래 중개자와 판매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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