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시기는 4분기에 ‘무게’… 美 ‘피벗’ 따라 내년 넘어갈 수도

이르면 10월 인하 관측 속
통화정책 변수 작용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전망 횟수를 줄이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이르면 4분기에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시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가 12일(현지시간) 점도표를 통해 연내 1회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은의 3분기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도 후퇴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두 달째 1350원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어 미국과 금리 격차를 더 벌리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격차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의 통화정책은 Fed를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점도표상 전망 금리(중간값 5.1%)와 달리 Fed가 오는 9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은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물가와 고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탄력적으로 정책 결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Fed가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한은도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부담을 고려해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아직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완화된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미국의 성장이 견조하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0%인데 5월에도 인플레이션은 3.3%를 기록했다”며 “미국은 연말에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한국의 인하 시점도 내년 1월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의 마지막 구간”임을 강조하며 “인내심을 갖고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섣부른 금리 인하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가 다시 오르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인하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고민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