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검색순위·댓글 조작해 ‘PB상품 띄우기’…과징금 1400억원+α 철퇴

2024. 6.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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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상품’ 판매 목적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임직원 동원해 구매후기 작성·높은 별점 부여
쿠팡 “형평성 잃은 조치” 반발, 행정소송 예고
온라인 쇼핑시장서 유사 사례 모니터링 강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쿠팡이 자사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구매후기 작성에 임직원을 동원하면서 과징금 1400억원 등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됐다. 유통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조작해 매출액 증가 등 상당한 이익을 누린 데 따라 엄중 제재했다는 게 경쟁당국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이들 회사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쿠팡 서초1캠프 앞에서 한 배송원이 트럭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쿠팡은 지난 2022년 기준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사업자로, PB·직매입 등 일명 ‘자기상품’과 입점업체의 ‘중개상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씨피엘비는 PB 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다.

이번 과징금은 2019년 2월~2023년 7월 이뤄진 위계행위에 대한 것이며, 그 이후부터 심의일까지의 기간을 반영하면 과징금 규모는 ‘1400억원+α’가 된다. 1400억원은 이미 유통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 “자기상품 상단배치, 소비자 기만행위”= 공정위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건 쿠팡이 사전에 고지한 랭킹 산정 기준과 무관하게 자기상품을 우선 노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간 쿠팡은 상품 검색 기본값인 ‘쿠팡 랭킹순’에 대해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렬 순위를 산정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상품(PB 5592개·직매입 5만8658개)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에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도 포함됐다. 쿠팡은 내부 검토에서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알고리즘을 바꿔 순위 조정을 지속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쿠팡 PB상품 내 임직원 작성 후기 예시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쿠팡은 같은 기간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PB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검색 순위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들은 PB상품 7342개에 총 7만2614개의 후기를 남겼다. 이들 상품의 평균 별점은 4.8점으로 만점(5점)에 근접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전사적 목표하에 조직적으로 후기 작성에 나섰다고 봤다. 쿠팡이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CLT)에서 실행을 결정하고, 임직원에게 후기 작성방법과 기한(1일 이내) 등을 숙지시켰다는 시켰다는 점에서다. 부정적인 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쿠팡은 검색순위 조정으로 자기상품 노출 횟수는 물론 매출액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2분기 기준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한 자기상품의 총매출액(76.07%↑)과 고객당 노출수(43.28%↑)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들이 후기를 남긴 PB상품은 판매지표가 개선된 반면, 경쟁상품은 판매가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쿠팡 내부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은 물론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오프라인·온라인 시장 달라” vs. “상품진열 규제 행정소송할 것”=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쿠팡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상위에 노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고객이 찾는 상품을 먼저 보여주도록 설계했다는 쿠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쿠팡이 상위에 노출한 상품 대부분은 직매입상품으로 재고 처리나 리베이트 수취 등의 목적으로 소비자의 선호와 무관하게 상위에 노출됐으며, 쿠팡 역시 구매전환율(상품 확인 소비자 중 실제 구매한 비율)을 통해 PB상품이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선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은 사업자가 자기상품을 중개상품보다 검색순위에서 우선 노출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 진열을 통해 판매상품의 구성·비율 등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측은 “쿠팡처럼 심판이자 선수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하고 소비자를 유인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가 발견될 시에는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쿠팡 측은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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