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는 심정"…전직 법조인 강한승 쿠팡 대표 호소 '물거품'

김명신 기자 2024. 6. 13.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제재 둘러싼 객관적 사실, 증거 입증 불충분 호소
유통업의 본질 퇴색 우려 속 국내 기업만 규제 지적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2021.3.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고객을 기망하고 부당하게 유인해 성장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로 억울하고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극 반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우대'라는 허구적인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으로, 실제 객관적 사실과 전혀 다르고 증거에 의해서도 전혀 입증되고 있지 않습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강한승 쿠팡 대표는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상품들을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한승 대표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양질의 상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가장 편리한 서비스로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쿠팡은 이러한 소비자와의 약속을 위해 그동안 많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무료 익일배송을 지켰고 PB 상품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신뢰를 잃는 순간 쿠팡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더이상 존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쟁점은 쿠팡이 상품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정해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고정 노출했는지의 여부로,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정해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고 소비자 기만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쿠팡 사례의 경우 우려되는 대목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동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C커머스 공습 속 국내 e커머스 성장 동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체 전반으로 고물가 대응 전략으로 PB 상품 판매를 늘리고 있는 만큼 규제 대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커머스에서의 검색은 상품 추천이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쿠팡의 PB 상품은 국내 1만 4000여 곳의 중소기업이 만드는 제품으로, 전체 상품에서 비중은 5% 미만이다. 쿠팡은 공정위에 매출 추이를 제공하면서 PB 상품 적자를 소명했지만 손익계산서 매출 원가비율로 판단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강한승 대표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고객을 기망하고 부당하게 유인해 성장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로 억울하고,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극 반박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사우대'라는 허구적인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맞춘 것으로, 실제 객관적 사실과 전혀 다르고, 증거에 의해서도 전혀 입증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여러가지 방식을 통해 스스로 검색하고, 철저하게 비교 분석해 합리적 결정을 한다. 규제보다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기존 대기업들의 독과점 상품만 노출되고 중소기업 제품은 노출의 기회가 봉쇄된다면 소비자에게 도움되는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추천해 주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 규제"라고 짚었다.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캠프 인근 주차장에 서 있는 쿠팡 차량들. 2021.3.10/뉴스 ⓒ News1 이성철 기자

무엇보다 이번 PB 규제로 로켓배송 성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쿠팡은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투자를 통해 고객 접점과 배송 편의성 등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쿠팡의 소비자 대부분은 로켓배송이라고 불리는 직매입 상품이다. PB 상품도 직매입 상품이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뿐만 아니라 제3자가 판매하는 중개 상품과 1P/직매입, 3P/중개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만큼 상품 차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로켓배송 상품과 PB상품 구매를 위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해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무엇보다 직매입 상품은 쿠팡이 제고를 떠안아야 하는 상품이다. 쿠팡은 PB 상품 판매를 통해 지난 5년간 1조 2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탐사수 판매만으로도 매년 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강 대표는 "기업인이기에 앞서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왔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 컴플라이언스와 법률의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면서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위계 또는 기망행위로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치고, 소비자가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여야' 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로 알고 있지만 쿠팡의 행위가 적어도 이러한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규제는 쿠팡이라는 기업의 운명은 물론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운명이 달려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에 배치되는 어떠한 것도 양보하지 않는 치열함이 쿠팡의 성공 비결로 인식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조작해서 고객을 기망하고 부당하게 유인해 성장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과 과징금 1400억 원을 잠정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쿠팡 PB규제'는 업계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lil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