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닌 근로자였다. 퇴직금 달라"… 세금정산은 안하나요?

백승현 2024. 6.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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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대치동 입시 학원가에 국어과목 수강생들을 놓고 최선국어 최형선 원장과 대치체이스 서혜진 팀장의 대결이 치열하다. 백발마녀라고도 불리는 최선국어 최형선 원장은 학생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치밀한 입시 전략, 물량공세를 통한 강사 영입 등을 무기로 대치동을 호령하고 있는 반면, 대치체이스 서혜진 팀장은 ‘사제(師弟)출격’을 캐치프레이즈로 학생들을 이해하고 감동시키는 강의로 최선국어에 대항하고 있다. 최근 희원고 전교 1등 이시우 학생을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졌으나 이시우 학생의 대치체이스 선택으로 대치체이스가 최선국어에 한방 먹였다. 드라마 ‘졸업’의 스토리로, 마치 무협지와 같은 대치동 학원가의 진검승부를 보여주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자주 문제되는 대표적인 직종인 학원강사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학원강사 외에도 보험업계 종사자, 지입차주 등 물류업계 종사자, 방송·연예계 종사자, 채권추심원이나 임대차 조사원 등 금융업계 종사자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지고 분쟁은 끊이지 않고 개별 사건별로 판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같은 직종이라도 사건마다 결론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도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학원강사의 경우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어 근로자성이 인정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근로자성 판단 시 고려요소로는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사용자의 근무시간·장소 지정,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 보수의 성격 등인데 이를 아우르는 징표는 ‘사용종속관계’이고 노무제공 자체가 계약의 목적으로 그 보수 역시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으면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으면 그 가능성이 낮은 것이 사용종속관계 판단의 본질이라고 할 것이다.

드라마 ‘졸업’으로 돌아와 보면, 대치체이스 학원의 경우 학원 강의 시간과 장소는 어느 정도 학원에 의하여 정해지고, 원장이 서혜진 팀장이 담당하던 찬영고 강의 일부를 다른 강사에게 배분하는 모습 등 판례의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도 있는 요인들이 있다. 다만 학원이라는 물적 시설에서 강의를 하는 것과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시간대에 강의를 하는 것, 그리고 여러 강사들이 모여서 경쟁을 하면서도 공생하는 관계에서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반면에, 대치체이스 학원이 최선국어에 대항해 학생들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개설하여 수강생 쟁탈전을 벌이거나, 강의 요일배치를 조정하여 경쟁 학원의 수강생 유치를 막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특히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학생으로 하여금 이제는 문학을 좋아하게 만들어 수강생으로 만드는 것 등 고유의 노하우와 영업전략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은 단순 노무제공이 계약의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나아가 이미 업계 스타가 된 강사를 영입하거나 붙잡기 위하여 원장이 저자세로 나오고 여러 조건으로 협상을 하는 모습은 누가 누구에게 종속되어 있는지 헷갈리게 하는 부분으로 역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징표에 해당한다. 최선국어 최형선 원장이 서혜진 팀장을 상대로 “교육자이자 장사치”라고 한 것은 업의 본질을 다소 고상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종 분쟁에서의 결론이 지엽적이거나 형식적인 사정보다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게 내려지길 바란다.

한편, 최선국어는 어떨까? 드라마 속 최형선 원장 이외에 다른 강사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잘 보이지 않아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최형선 원장이 조교를 앞에 두고 “정시반 애들은 9월 모평 점수로 클래스를 나눠라”, “의대반 선생님 들어오라고 하고 예비 고2 문항 체크해야 한다”라고 지시를 하는 것으로 보아 소속 학원 강사들에게도 상당한 지휘명령을 할 수 있고 강사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커리큘럼에 따라 노무제공을 하는 관계에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치체이스와 달리 최선국어의 강사들은 노무제공이 그 업의 본질로서 근로자로 인정될 수도 있다.

한편, 최형선 원장이 이모 강사와의 계약종료를 통보하겠다고 하고, 이모 강사는 이미 이를 눈치채고 대치동을 떠나 평촌과 죽전에서 방학특강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마 근로자가 아닌 것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고, 헤어짐이 해피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근로자성에 관한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지고 분쟁의 형식은 민사소송으로 퇴직금 청구, 노동청에 대한 임금체불 진정이나 고소가 거의 대부분이다. 계약기간 중 근로자가 되겠다고 하는 분쟁은 거의 없는 반면, 계약기간이 다 종료되고 서로 다시 볼 일이 없게 되었을 때 과거에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면서 퇴직금을 달라는 분쟁이 거의 대부분인 것이다. 아마도 계약기간 중에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사는 것이 세금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렇게 나중에 와서 퇴직금을 달라고 하는 형식의 근로자성 분쟁에서 단순히 법의 잣대로 근로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한 기왕 과거에 근로자였던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면, 그에 따라 세금 문제부터 다시 정산이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계약관계가 존속 중이던 기간 동안 3.3%만 적용받았으나 이제 과거의 계약관계가 근로계약관계로 인정이 되었으니 그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할 것이나, 아직까지 근로자로 인정된 선례에서 세금관계가 재정산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 재정산이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계산을 해보면 과거에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면서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을 하는 것이 실익이 거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불필요한 소송을 막고, 국가 차원에서 세수도 확보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러한 과세행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법적 지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좋은 것만 다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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