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장년 직무단절 '연공서열'서 기인…성과로 임금 정해야"
"중장년층 직무단절, 한국시장 구조적 요인서 기인"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퇴직 후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한국 중장년층의 직무단절을 개선하기 위해 '연공서열'을 없애고 직무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브리핑을 통해 "향후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김지연 위원은 취업자들은 청년기에 자료분석, 조직관리 등 전문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다가 중년기 이후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현상은 중장년 취업자가 생애 주직장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직무 단절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년층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1998~2021년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직업별 직무성향과 취업자 연령간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가 담겼다.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 거의 모든 직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령효과가 관찰됐다.
결과를 살펴보면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사회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되어 있지만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분석·사회 직무보다는 반복·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로, 중장년 취업자의 분석·사회 직무성향이 낮다는 것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령별 직무성향의 차이는 실직, 퇴직 등의 이유로 기존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나타나는 직무 단절에 기인한다"며 "젊은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는 기존 일자리와 직무구성이 비슷한 일자리로 재취업했으나 50세 이후에 이직한 경우 기존 일자리보다 분석·사회 직무 비중이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관찰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같은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 및 재취업의 어려움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은 "미국 근로자가 중년 이후에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 근로자는 기존 일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다"며 "미국 근로자의 직무성향이 중년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근로자 연령에 따른 직무성향 변화가 생산성 저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며 한국 노동시장에 중장년층의 직무단절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따라서 이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일례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중장년 인력에 대한 수요를 필요 이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년퇴직에 의한 직무단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법정 정년 연장의 효과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법정 정년 이전에 생애 주직장에서 조기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령자 계속고용에 있어서는 기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남성과 여성 취업자 간에도 상당한 수준의 직무성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우 분석 직무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30~40대로 남성보다 빨랐는데 50세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에는 직무성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여성 취업자의 경우 남성보다 이른 시기에 일자리의 질이 하락한다는 뜻으로,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두 집단의 고용대체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의 직무 구성 차이는 출산육아기인 30~40대에 여성들이 생산성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및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높은 일자리에 여성들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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