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위원장 "노사 신뢰 쌓아야…산업전환기 머리 맞댈 필요있어"[인터뷰]
"노사, 속마음 얘기 안 해…터놓고 대화해야 긴장 완화"
"투쟁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삶 바꾸려면 대화 필요"
"정부에 협조 안 한다고 사업보조금 끊는 것도 탄압"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노사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며 "노사정 주체들이 산업전환기에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한 뒤 고용노동부 기자단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경영계의 '맏형' 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벗어난 사회적 대화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노사가 지금은 서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적으로 만났을 때 (손경식 경총 회장에) '노총 탄압 즐거우십니까' 이렇게 여쭈어본 적도 있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적도 있다"며 "위원장이 되고 나서 3년 넘게 속마음을 얘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서로 견제만 하다보니 이 국면을 다른 쪽에서 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안을 던졌다"고 허심탄회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시급하게 논의돼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되거나 노사가 정부를 축으로 서로 눈치를 보면서 입장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며 "노사가 공통 관심사나 협조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해서 연구 사업도 하고, 논의도 하면서 터놓고 대화함으로써 경사노위에서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아 의제를 던졌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해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복귀했다. 그는 "답답한 시기를 지내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정권이 탄압하면 싸우면 되지 않느냐, 퇴진 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며 "투쟁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그쪽에서 다 주도하고 있는데, 사회 문제를 극복해가기 위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변화를 이끌기 어렵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쟁을 하더라도 대화는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주체들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손 회장이 현지시각 10일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 순방에 함께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 데 대해 "제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경영계 사람들은 전용기에 태워서 순방을 가는 것만 봐도 편향되어있지 않느냐'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올해 2월 취소된 독일 순방에서 같이 가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었다"며 "제가 가고 싶다거나 꼭 가야 된다는 당위성 때문이 아니라, 노동의 몫이 있고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도움이 된다면 갈 용의도 있다"고 화답했다.
그럼 사회적 대화에서 가장 시급하게 도출돼야 하는 합의는 뭘까.
김 위원장은 "조직 내부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정년연장이나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등이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경제도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다면 이런 산업 전환기에 쇠퇴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까지 양보하고 동의할 건지 면밀히 논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된 노정갈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ILO 기조연설에서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정부여당의 역대급 참패로 끝난 것은 지난 2년 간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초토화시킨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매섭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탄압을 한 쪽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억압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탄압"이라며 "집회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불법성이 있었는지 몰라도, 곤봉으로 머리 터질 정도로 때리는 게 탄압이 아니란 말이냐.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떠한 협의도 없이 수십년 동안 해오던 사업 보조금을 끊는 것도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노총이 법을 어긴 게 있다면 법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인데, 법의 잣대를 다 달리 적용한다"며 "그 법을 내세워서 노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연계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동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조직노동이지만 조직노동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를 늘 해오고 있다"며 "누군가는 다 노동자이고, 노동을 통해서 삶을 영위하지 않느냐. 삶 자체가 노동인데 노동을 대표하는 조직의 방향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갖거나 무관심해질 수는 있지만 그 근본인 노동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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