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리뷰 조작으로 PB 챙긴 쿠팡… 공정위, 과징금 1400억에 검찰 고발
임직원이 PB 상품 구매 후기 쓰고, 높은 별점 줘 ‘공정경쟁 저해’
오히려 쿠팡 입점업체 가격 밀어 올리는 효과… ‘소비자 피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제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올려 여타 입점업체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이라고 소비자가 오인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입점업체들은 검색 순위를 올리기 위해 가격을 낮춰도 쿠팡의 알고리즘 조정으로 검색 순위 상단에 올라가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알고리즘 조정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고 공정위는 꼬집었다.
공정위는 쿠팡과 PB 상품 관련 자회사 씨피엘비(CPLB)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를 각각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면서도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등 자기 상품을 판매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 중개상품(3P) 판매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개상품이란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을 뜻한다.
쿠팡은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랭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판매량, 구매 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해 검색 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상품거래 중개 사업을 도입한 2015년 당시 쿠팡은 ‘판매량 등의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검색 순위가 높은 상품이 판매량이나 소비자 만족도가 우수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쿠팡이 자회사에서 생산한 PB 상품의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점이다. 또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를 작성하게 하고, 자기 상품에 높은 별점을 부여한 것도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 상품 5만8658개, PB상품 5592개)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특히 쿠팡이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 중에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도 포함됐다.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하면서 쿠팡의 자기 상품 노출 수와 총매출액은 크게 증가했다. 쿠팡 내부 자료에 따르면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액은 76%, 고객당 노출 수는 43% 증가했다. 검색 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 상품의 비율은 56.1%에서 88.4%로 껑충 뛰었다.
또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개 상품을 판매 중인 21만 입점 업체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지속적으로 고정 노출해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떨어져 판매가 부진해졌다.
임직원을 동원해 자기 상품에 리뷰를 달게 한 정황도 드러났다. 쿠팡은 2019년 1월 PB 상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로 구성된 ‘쿠팡체험단’을 통해 구매 후기를 달려고 했지만, 쿠팡의 PB 상품이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없어 쿠팡체험단을 통한 구매 후기를 모으기 어려웠다. 이에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게 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PB 상품의 검색 순위도 올라갔고, 구매 후기를 믿고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쿠팡은 주요 직책자들로 구성된 쿠팡의 운영위원회인 CLT(Coupang Leadership Team)에서 임직원 바인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전사적 목표하에 조직적으로 PB 상품에 리뷰를 작성하도록 했다. 초기 2년 동안 출시된 PB 상품의 78%에 대해 임직원 바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쿠팡은 PB 상품을 출시하면서 직원들에게 구매 후기 작성 방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구매 후기를 1일 이내 작성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쿠팡은 부정적인 구매 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임직원에게 지시하고,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사실상 임직원 리뷰 조작단을 조직적으로 운영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쿠팡의 행위가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저해했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의 구매 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입점 업체의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자기 상품만 검색 순위에서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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