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 “임직원 후기로 소비자 속여”
2년 5개월 만의 최고금액 과징금
쿠팡 “소비자 선호도 고려해 순위 조정한 것”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의 검색 순위를 띄웠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혐의를 인정해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혐의에 대해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쿠팡이 판매 화면상 제품을 나열하는 ‘쿠팡 랭킹’ 순서에서 중개상품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직매입·PB(자체 브랜드)상품을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또 쿠팡이 PB상품의 구매후기 작성에 임직원을 동원하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공정위가 “사실이고, 위법하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개상품은 제조·판매사가 따로 있고 쿠팡은 중개만 하는 반면, 직매입·PB상품은 쿠팡이 직접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이다. 직매입·PB상품은 통틀어 ‘자기 상품’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1400억원)는 지난 2022년 1월 운영체제 강요 혐의를 받은 구글에 2249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2년5개월 만의 최고금액이다.
◇쿠팡 내부 자료에 “인위적으로 랭킹을 올리다보니 법적 이슈 발생”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약 4년 반 동안 6만4250종의 직매입·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직매입 상품은 5만8658종, PB상품은 5592종이었다. 반대로 중개상품은 그만큼 내려가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쿠팡은 ‘쿠팡 랭킹순’ 순위를 3가지 단계로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단계에서는 객관적인 판매량·가격·구매전환율 등으로 줄을 세우는데, 마지막 3단계에서 오로지 자기 상품에 대해만 각종 방식으로 순위를 올려줬다는 것이 공정위 조사 결과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쿠팡의 PB 생수 상품인 ‘탐사수’는 순위 올리기 전에는 쿠팡랭킹 순위가 100위 바깥이었는데 알고리즘 조작으로 1위로 수직상승했다. ‘곰곰 크리스피롤’ ‘코멧 대용량 리빙박스’ 등 상품도 마찬가지로 100위 이하에서 1위로 올랐다.
쿠팡은 이런 방식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가 확보한 쿠팡 내부 문건에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상품) 랭킹을 올리다보니 많은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등의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임직원 2297명을 동원, 7만2614개의 구매후기 작성
공정위는 또 쿠팡이 2019년부터 작년 7월까지 ‘쿠팡 체험단’에 본사·계열사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최소 7342종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5점 만점)의 높은 별점을 줘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쿠팡 체험단은 원래 인기가 없거나 출시 초기인 PB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그 대신 상품 후기를 작성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생각보다 후기가 잘 달리지 않자, 임직원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PB상품 구매후기를 임직원에게 시키면서 구체적인 매뉴얼까지 정해줬다. 예를 들어 ‘장점 위주로 서술’ ‘4줄 이상 작성’ ‘하루 내 작성’ ‘(임직원) 회사가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등의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대부분 ‘상품이 좋다’는 취지의 후기만을 달았고,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제품 만족감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0년 판매된 ‘캐럿 여섯 모크넥 플리츠 원피스’ 임직원 별점은 평균 4.3점이었는데, 그 이후 달린 소비자들의 평균 점수는 2.8점이었다.
또 쿠팡은 쿠팡체험단 운영 초기에는 임직원 참여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2021년 7월 공정위가 쿠팡 현장조사를 나가자, 그 무렵부터 공지하기 시작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런데 공지 방식도 개별 후기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임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입점업체의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자기 상품만 검색순위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적발·제재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쿠팡 “알고리즘 조작 아냐, 후기는 정보 제공용”
쿠팡 측은 이에 대해 ‘알고리즘 조작이 아니다’란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쿠팡랭킹순은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제품이 추천되고, PB 상품 등은 ‘양질의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갖춘 제품이다.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순위 조정을 한 이상 ‘쿠팡랭킹순’ 고지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의 제품 후기 작성도,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가 떨어지는 PB 상품을 만드는 중소업체 제품이 처음에 못 팔면 재고 회전이 안 되기에, 쿠팡체험단이 중요하다”며 “고객에게 객관적인 실사용 정보 제공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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