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의 세리머니사, 그후···김도영 “어린 저라도 신나게 하고 싶었다. 또 성장했다 생각해”[스경x인터뷰]
김도영(21·KIA)은 지난 11일 인천 SSG전에서 3루타를 쳤다. 3-0으로 앞선 1사 1루에서 SSG 선발 앤더슨의 초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갈라 펜스 앞까지 타구를 보낸 뒤 3루에 안착했다. 김도영은 3루를 밟고 크게 포효했다.
KIA는 최근 도통 풀리지 않았다. 팀 타격은 기복을 타다 결정적일 때 막히고 경기는 꼬이기만 해 계속 접전을 펼치고 이겨내지 못했다. 앞선 잠실 두산 3연전(7~9일) 1승2패를 하면서 두 달 간 지켜왔던 1위를 LG에 내줬다. KIA에 위기가 왔다는 시선 속에 시작된 SSG 3연전의 첫날, 4-0을 만든 김도영은 평소보다 크게 소리질렀고 세리머니 했다.
그 직후, 실수를 했다. 베이스 끝을 밟고 서 있던 김도영이 베이스 위로 발을 옮길 때 여우처럼 틈만 노리고 있던 SSG 3루수 최정이 태그했다. SSG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김도영은 아웃 됐다. 처음 해보는 실수였다.
이튿날, 12일 SSG전에서 김도영은 첫 세 타석 연속 침묵했다. 5회초 1사 만루에서는 1루 땅볼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KIA가 승부를 가른 6회와 7회에 동점타와 쐐기 2루타를 터뜨렸다. 4-5로 추격한 6회초 2사 1·3루에서 적시타를 쳐 5-5 동점을 만든 김도영은 7-5로 앞선 7회초 2사 만루에서 우중월 2루타로 9-5를 만들었다. 이번엔 2루를 확실히 밟은 채로, 김도영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두 손을 들어 세리머니 했다.
경기 뒤엔, 이미 전날 ‘사건’의 잔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13-7로 이겼고 결정적인 3타점을 올리고도 6회 역전할 때까지 꽁꽁 묶였던 경기 초반의 아쉬움만 가득했다.
김도영은 “기분이 개운치 않다. 경기가 초반에 또 잘 안 풀리니까 조급해져서 (5회) 만루에서도 정신차리고 했어야 되는데 생각없이 들어간 것 같다. 그게 많이 아쉬워서 그 다음 타석에서는 어떻게든 꼭 살려야겠다 생각했다. 초반에 집중을 너무 못했다. 오늘은 반성해야 할 정도로 아쉽다”고 말했다.
전날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도영은 “요즘 들어 팀 분위기가 조금 침체된 느낌을 받아서 어린 저라도 나서서 신나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세리머니도 좀 더 과하게 나오는 것 같다. 어제는 그냥 치고나서 정신 없었는데, 베이스에 발은 닿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발을 옮길 때 그렇게 됐다. 흥분해서 주체를 못했던 것 같다”며 “하나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수는 이제 다시는 안 할 거다. 누구나 한 번은 실수 할 수 있는 거니까 이제 앞으로는 안 할 거다. 어제 경기로 또 한 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문학소년’으로 불린다. SSG 랜더스필드로 불리는 문학구장에서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2022년 데뷔후 지난 4월 SSG와 시즌 첫 원정 3연전까지, 김도영은 인천에서 타율 0.409(66타수 27안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문학구장에 섰던 리그 전체 타자 중 최고 타율이다.
올해 두번째 방문에서도 첫날부터 적시 3루타를 터뜨렸지만 생각지 못했던 실수로 흐름이 깨졌다. 이후 네 타석에서 볼넷 3개만 기록하고 이날 3타수 1안타에 그친 김도영은 이튿날에는 6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만회하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도영은 “문학에서만 계속 잘 친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학에서 한 번쯤 못 치면 그런 말도 안 나오지 않을까, 좋게 생각하고 아쉬워하지 않겠다. 모든 구장에서 고르게 잘 치고 싶다”고 웃었다.
4월에 폭발했던 김도영은 5월에 잠깐 홈런 소식이 뜸했지만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이어오고 있다. 12일까지 타율 0.347 16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는 이미 22개를 기록해 20홈런-20도루도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지금 제가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고 했다.
김도영은 “정말 다가오면 신경이 쓰이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우리 팀이 빨리 원위치로 돌아가야 되니까 그것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도영의 활약으로 KIA는 닷새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인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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