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이것만 없애면..."우리도 백종원처럼 할 수 있다"는 상인들

신진 기자 2024. 6. 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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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바가지 요금' 생태계 분석
〈사진=유튜브 'paik_jongwon' 캡처〉

#장면1. 지난달 5월 10일 개막한 남원 춘향제. 닭 바비큐 한 접시가 1만 5000원입니다. 국수는 한 그릇에 4000원. 그밖에 지역 특산물로 만든 요리들을 팝니다. 지난해 논란이 된 한 접시 4만원 짜리 통돼지 바비큐 메뉴는 사라졌습니다.

#장면2. 지난 6일 개막한 강릉 단오제. 대부분의 식당 부스가 통돼지 바비큐 기계를 돌리고 있습니다. 한 접에 3만 5천원에서 4만원. “양이 늘었다” “못 사 먹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여전히 부담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지난 9일 강릉 단오제가 열리고 있던 강릉시 남대천 현장. 〈사진=연합〉

무슨 차이일까요. 춘향제 식당 주인들은 양심적이고, 단오제 상인들은 한 철 장사를 위해 작정하고 바가지를 씌웠기 때문일까요? 4만원 짜리 바비큐를 판 단오제 상인들은 막대한 이익을 남겼을까요? 그렇게만 보기 어렵습니다. 구조적 원인은 축제 주최측의 관리 소홀, 뿌리 깊은 자릿세 관행에 있습니다.


관련 기사 [단오축제에 또 '야시장 업자' 출동…반복되는 바가지 논란]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0167&pDate=20240610

두 축제의 유통구조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남원시는 지역 상인들에게 무료로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올해 특히 달라진 점은, 면접까지 보며 매우 까다롭게 운영권을 주었다는 겁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지역민들이 외지인에게 자릿세를 받고 운영권을 파는 행위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남원시는 앞서 방송인 백종원에게 도움을 청해 컨설팅을 받았고, 백종원은 자릿세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JTBC〉

강릉으로 가봅니다. 강릉 단오제위원회는 올해 임대료를 지난해보다 50만원 올린 6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설 관련 비용이 전체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증금 300만원도 필요합니다. 축제장 안에서 부스를 빌려 장사하려면 기본 900만원을 내야 하는 겁니다.

한 지역 상인은 “너무 비싸다. 이런 착취가 없다. 우리보고는 바가지요금 잡아라, 싸게 팔라고 하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어디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사단법인 단오제위원회는 이 막대한 돈을 어떻게 쓰는지 공개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행사인지, 위원회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라고 했습니다.

임대료가 끝이 아닙니다. 고질적 자릿세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올해 단오제위원회가 낸 식당 분양 공고문을 보실까요. 지역 주민만 영업을 할 수 있고, 식당 대표가 직접 운영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야시장 전문 상인 동업 및 고용 절대 금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외지인에게 자릿세 주고 운영권 팔지 말라는 겁니다.

강릉 단오제 식당 분양 공고문.

그런데 현장에 나가보니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통돼지 바비큐가 그 증거입니다. 통돼지 바비큐는 전국을 떠돌며 장돌뱅이식 영업을 하는 야시장 전문업자들의 대표 메뉴입니다. 취재진이 바비큐가 보이는 식당을 돌며 물어보니 식당 주인들은 “원래 주력 메뉴는 이게 아닌데 축제 기간이라 한시적으로 들여왔다”라는 취지의 대답을 했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지역 상인과 야시장 업자 사이 은밀한 거래가 시작됩니다. 야시장 업자가, 매출 중 일부를 자릿세로 지역 상인에게 떼어 주는 겁니다. 애초부터 높은 임대료에, 여러 단계를 거치며 불어난 비용. 뜨내기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 철 장사라는 특성까지 결합해 축제장 음식이 유독 비싸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 특색을 담은 음식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한 부스는 '향토 음식'이라고 써 붙여놓고 꼬치 어묵, 바비큐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강릉에 왔으니 두부 등 지역만의 다양한 음식을 기대했는데 다 똑같다”라며 실망했습니다.

〈사진=JTBC 보도 캡처〉

그런데 단오제위원회는 자릿세 단속을 안 하는 것일까요, 못 하는 것일까요. 단오제위원회는 ”실제로 야시장에서 일하는 전문 상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현재는 없다. 제보가 들어오면 확인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인들은 추첨 자체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식당만 문제가 아닙니다. 공산품 장사를 하는 부스는 임대료가 200만원입니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50만원에서 300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보증금은 100만원, 당첨되면 환경분담금 10만원도 내야 합니다. 추첨에 참여한 한 상인은 “당초 제비뽑기 결과와 실제 장사를 하는 자리가 다르다. 특정인이 매년 유리한 위치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검은 거래가 의심된다”라고 귀띔했습니다.

〈사진=JTBC 보도 캡처〉

이렇게 복잡한 단계마다 추가된 비용은 고스란히 음식과 제품의 양과 질, 가격에 반영됩니다. 한 야시장 업자는 "우리도 자릿세 없애주면 백종원보다 더 싸게, 더 많이 줄 수 있다. 무조건 바가지요금으로 몰아가기보다 남원시처럼 구조를 뜯어 고치면 서로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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