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가입때 감정가 허용
청약통장 월 25만원 납입가능
정부가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빌라 시장의 역전세 우려가 다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40여년 만에 청약통장 월 납입금 인정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대토보상(토지로 보상)시 앞으로는 주택 분양권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13일 밝혔다. 우선 이른바 ‘126% 룰’로 불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가입 기준을 손질하기로 했다. 전세 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HUG가 대신 돌려준 뒤 추후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제도다.
정부는 전세 보증보험이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를 키운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이 늘자, 지난해 가입 요건을 강화했다.
빌라 집값을 공시가격의 150%까지 쳐주던 것을 140%로 낮추고,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했다. 이에 빌라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가입 요건 강화에 공시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아파트로 임대 수요가 몰리고 빌라 기피 현상은 심화됐다.
이에 국토부는 ‘126% 룰’을 고수하되, 집주인이 집값에 비해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의를 신청하고, HUG가 이의를 인정한다면 감정평가액을 적용해 집값을 산정하기로 했다. 이때 감정가는 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다.
지금도 빌라 집값 산정 때 감정가를 쓰게 돼 있지만, 공시가격의 140%, 안심전세 앱 시세 하한가, 등기부등본상 1년 이내 최근 매매가, 감정평가액의 90% 순의 집값 산정 방식 적용에서 가장 뒤로 밀려나 있다. 공시가격, 안심전세앱 시세, 최근 매매가격이 없을 때만 감정가를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감정가는 HUG가 선정한 감정평가기관 33곳에 임대인이 직접 의뢰해 내도록 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임대인은 공시가격과 HUG 인정 감정가 중 하나를 선택해 집값을 산정받을 수 있다. 임대인은 HUG의 예비감정 결과를 토대로 임대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본 감정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HUG는 이를 위해 다음 달 중 감정평가법인 5∼6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임대인의 이의 신청은 7월 말부터 받기 시작한다. 국토부는 재산정을 요청하는 가구를 규모를 2만~3만가구로 내다봤다.
보증보험 집값 산정 기준은 세입자가 가입하는 전세 보증보험뿐 아니라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 보증보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존에 등록한 임대주택은 2026년 7월까지 제도 개편이 유예되며, 신규 사업자에게는 7월 중 적용될 예정이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로 빌라 전세난에 숨통이 트일지도 주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노후 빌라보다는 역세권 신축 연립·다세대주택 위주로 전세 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낮아지며 비아파트 월세화와 아파트로의 임차 쏠림현상이 일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부는 청약제도 규제 개선안도 선보였다. 공공분양주택 청약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액 한도가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된다. 월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2015년 9월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청약부금·예금·저축 가입자가 통장을 해지하고 주택청약저축통장에 재가입하면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종전 청약통장 가입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140만명이다.
도심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도 발표했다. 우선 공공분양주택 뉴홈 공급이 쉬워지도록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사유에 ‘공공주택 공급계획 변경’을 추가하기로 했다. 경미한 변경 사유로 인정받아 주민·지방의회 협의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건너뛰면 사업 기간을 3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다. 조합 집행부 부재에 따른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할 수 있는 요건은 완화한다.
소규모 정비사업 규제도 완화한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때 가로구역 내 잔여 부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로구역과 사업시행구역 면적 상한을 1만3000㎡ 이하로 통일한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사업장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인정 범위를 개선하고, 올해 7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착공 후에도 공사비를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토지 수용 속도를 높여 신속하게 공공택지를 조성하기 위해, 대토보상(토지로 보상)을 주택 분양권으로 받을 수 있도록 토지 소유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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