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 본질과 플랫폼 지정학[시평]
기업, 데이터 주권, 국민감정
복잡하게 뒤엉킨 3차 방정식
한국을 경제안보 적성국 취급
기술 보안 문제가 안보 의제化
방치하면 화웨이 사태 가능성
국가안보실 컨트롤타워 필요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상대로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려서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 여론이 비등했으며, 급기야 우리 정부도 직접 나서기에 이르렀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이례적’이라고 반응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그러나 플랫폼의 진출과 국가의 개입이 긴밀히 연계되는 최근 ‘플랫폼 지정학’의 추세를 보면, 일본 정부의 개입은 ‘이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외교 관계도 ‘별개의 사안’은 아니다. 라인야후 사태는 기업 차원의 사이버 안보와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권, 그리고 국민적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3차 방정식 문제다.
첫째, 라인야후 사태는 사이버 안보 문제에서 촉발된 기술과 자본 ‘독립’의 문제다. 라인야후 사태는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방지할 역량이 부족한 라인야후에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라는 요구에서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라인의 신속한 사이버 안보 강화 조치에 대한 요구지만, 내용적으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반분하고 있는 라인야후 지분구조 재조정 문제로 불거졌다. 이번 사태를 ‘독립’의 기회로 삼으려는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속셈이 중첩되면서 문제가 증폭됐다. 오래전부터 라인 종사자들은 네이버의 기술·자본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도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패권을 향한 소프트뱅크의 야망도 변수로 거론된다.
둘째, 라인야후 사태는 경제안보 문제로 증폭된 플랫폼 주권의 문제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에 대한 의존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일본에 라인을 대체할 만한 자국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 내쫓기’가 기획됐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경제 안보를 빌미로 자국 내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외국 플랫폼에 지정학적 압박을 가하는 주요국들의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 최근 미국은 중국 플랫폼인 틱톡이나 테무에 대해서 이와 유사한 제재를 가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미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듯, 한국을 ‘적성국’처럼 대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이 사이버·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여전히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끝으로, 라인야후 사태는 한국의 국민적 감정을 건드릴 불씨를 안고 있는 문제다. 실제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한국의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했다. 국내에서는 ‘독점 플랫폼’이라고 비판해도 ‘국민 기업’ 이미지를 가진 네이버가 일본에서 퇴출당하는 꼴은 못 본다는 정서다. 야당은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고 네이버 노조도 라인 매각 반대에 나섰다. 이번 사태 이후 국내에서 라인 앱 설치 건수가 카카오톡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의 후속 버전 개발을 막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에 맞섰던 ‘아래아한글살리기운동’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국민이 나서서 네이버를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네이버로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를 기업 차원의 문제로만 보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플랫폼 지정학의 추세를 보면 라인야후 사태는 미시적 안전·보안 문제가 거시적 국가안보 문제로 창발(創發)하는 ‘신흥 안보’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점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2019년의 ‘화웨이 사태’를 닮았다. 플랫폼과 외교 관계는 ‘별개의 사안’은 아니지만, 양자의 뇌관이 불필요하게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할 사안’이다. 플랫폼 자본의 이익과 국가 차원의 안보가 밀접하게 연계되는 시대를 맞아 라인야후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플랫폼 안보의 문제는 과학기술·경제 분야 실무 부처만의 업무가 아니라, 국가안보실의 사이버·경제 안보 컨트롤타워도 나서서 챙겨야 할 사안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교수와 학생 성관계 안돼”…강력 단속 나선 이 대학
- 대권 적합도, 이재명 40.7%, 한동훈 23.3%…조국·이준석 순
- 한국인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노무현 31%…윤석열은?
- ‘야인시대’ 배우, 실제 조직 보스였다… “주먹세계서 나를 스카우트”
- 고민정 “경거망동 말아야” VS 배현진 “타지마할 좋았냐”
- “여대생 성관계 후 2년 만에 임원” 머스크 엽기 성추문
- 강진 발생 9시간 만에 현장 온 전북지사…“도민 혼란에도 자리 비워”
- “2억 들여 성형했는데 입 비뚤어지고 눈 찌그러져”
- 최현우 “마술로 ‘로또 1등’ 맞혀… 고소당할 뻔”
- ‘전자담배 중독’ 10대 여고생…폐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