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 특허소송에 경쟁사들이 주목하는 까닭
위식도역류질환 국산 신약 30호 '케이캡'을 개발한 HK이노엔이 제네릭 제품을 준비 중인 다른 제약사로부터 특허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HK이노엔이 패소할 경우 수많은 제네릭이 쏟아져 후속 신약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한국콜마에 인수되기 전인 CJ헬스케어 당시부터 10년간 연구개발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다. 국내에서 지난 2018년 7월 품목허가를 승인받고 이듬해 3월 출시했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은 양성자펌프 억제제(PPI)가 잡고 있었지만 느린 약효발현, 아침식사 전 복용, 야간 위산분비 증가 등의 단점이 있었다. P-CAB은 PPI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떠오르면서 케이캡 출시 5년만인 지난해 15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했다.
이후 동일 기전의 P-CAB 제제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2021년 12월 허가를 받고 2022년 7월 시장에 나왔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도 지난 4월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 중 출시를 앞두고 있다.
P-CAB 제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다른 제약사들은 너도나도 케이캡의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특허장벽을 걷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케이캡의 주요 특허인 물질특허(특허 제1088247호)와 결정형특허(특허 제1684053호)의 존속기간은 각각 2031년 8월과 2036년 3월까지다.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제네릭사들이 꺼낸 게 소송 전략이다.
현재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등록된 케이캡의 특허소송을 보면, 결정형특허 소송은 245건, 물질특허 소송은 총 212건에 달한다.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는 광동제약, 보령, 휴온스, 대원제약, 삼천당제약, 국제약품, 신풍제약 등 수십곳이지만 특허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2~3건의 특허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면서 2개 특허에 대한 소송건수가 각 200건을 넘었다.
앞서 케이캡은 의약품 연구개발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받아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기존 2026년 12월에서 2031년 8월까지 5년이 연장됐다. 위식도역류질환으로 2018년 최초 허가를 받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제네릭사들이 물질특허 회피에 성공할 경우 특허 연장기간은 무효가 돼 2026년 12월 출시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케이캡 제네릭이 출시되면 대웅제약과 온코닉테라퓨틱스 신약도 성분은 다르지만 동일한 P-CAB 기전인 만큼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케이캡의 특허가 보장되는 기간 동안에는 3개사만 경쟁하는 구도지만 케이캡이 물질특허 소송에서 질 경우 앞으로 2년 뒤에는 80여곳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P-CAB 제제의 제네릭을 내놓을 수 있다. 대웅제약만 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재된 펙수클루 물질특허가 2036년 2월, 결정형특허가 2036년 3월 만료되는데 특허보호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수십개에 달하는 P-CAB제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현재 케이캡의 결정형특허는 1심에서 제네릭사들이 승소했고 물질특허는 HK이노엔이 1심에서 이겼다. 이들 회사는 각각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다만 특허회피 소송에서 제네릭사들이 승소하더라도 케이캡의 미등재 특허가 다수 남아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케이캡의 미등재 특허로는 2021년 출원한 또 다른 물질특허와 2020년 출원한 용도특허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인데다 기존 PPI에서 P-CAB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케이캡의 제네릭이 출시되면 케이캡의 약가인하와 제네릭의 저렴한 약가로 후발주자 신약 기업들이 처방을 확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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