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언제까지 참아야 하나"…국회 앞 모인 환자들 "의사 복귀해라"

구단비 기자 2024. 6.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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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에서 100여명이 13일 오전 9시40분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사진=구단비 기자

"환자단체에서 20여년간 활동하면서 환자단체 92개가 모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슬픈 역사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이 상황이 참담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절박한 마음을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가 13일 오전 9시40분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의료계는 오는 17일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의 수술과 진료 중단 전면휴진을 시작으로 18일부터는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 의대),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 의대) 등 '빅5' 병원과 여러 대학병원, 개원의와 봉직의 등도 휴진에 참여한다.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 결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는 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자신의 아이 사례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 대표는 "아직 완치법은 단 하나 써볼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며 "한국에서 이 약물을 쓸 수 있는 병원은 단 1곳인데 (전공의 집단휴진으로 인해) 시술, 치료는커녕 약물을 쓰기 위한 첫 단계인 조직검사도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하지만) 이 시국에서 조직검사를 못 받는다는 걸 말하기도 어렵다"며 "생사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도 있는데 조금 불편하고 아프다고 조직검사 먼저 해달라고 염치없이 어떻게 말하겠냐. 저와 같이 생각하는 여러 희소질환 단체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안환우총연합회 대표는 "지금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의료진은 누구를 위해 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현장에 함께한 환우들도 "복귀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환자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 사태가 6월까지 이어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 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의 무기한 휴진, 전면 휴진 결정 즉시 철회 △정부의 진료지원인력 합법화를 통한 환자를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국회의 의료인 집단행동 시 필수의료 정상 작동 관련 입법 추진 등을 요구했다.

환자단체는 "환자에게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이 상황은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고 환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고 했다. 이어 "정부는 '2000명씩 1만 명' 증원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만 반복한다"며 "양측 모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어느 쪽의 주장도 온전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환자단체는 "현장을 지키며 탈진해가는 좋은 의사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었기에 환자들은 그분들을 생각하며 말을 아꼈지만 서울대병원 비대위의 전면 휴진 발표가 상처가 됐다"며 "이제 환자는 좋은 의사는커녕 그냥 의사도 볼 수 없을지 모르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을 향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환자단체는 "서울대병원은 환자중심 병원이라는 설립 취지의 우리나라 대표 공공병원"이라며 "어떻게 국립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선포하고 피해를 환자에게 짊어지게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또 "대국민 입장문에서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진료를 미뤄주길 부탁한다'고 말할 수 있냐"며 "부탁은 제자이자 후배인 전공의에게 '싸우더라도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환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휴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은 18일 휴진뿐만 아니라 필수 의료 분야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이날 의협과 서울대병원 비대위를 방문해 입장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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