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업人] AI 확산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AMD코리아'의 영업 전선
[IT동아 남시현 기자] 21세기는 기술경쟁의 시대입니다.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금 이 순간도 기술과 제품을 놓고 전 세계의 산업 현장에서 경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현장이 바로 기술영업입니다. 기술영업은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한 영업으로, 주로 기업 대 기업 간 영업에서 이뤄집니다. 기술영업 전선에서는 기업의 기술력과 실력으로 경쟁하고, 그 결과는 IT 기업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날 현장에서 기술영업人들이 어떻게 경쟁하는지, 기술과 기업, 사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첫 순서로 소개해드릴 기업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즈(이하 AMD)입니다. AMD는 1969년 5월 설립된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AMD 라이젠 데스크톱 및 노트북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 카드는 물론, 데이터센터용 에픽 프로세서와 인스팅트 AI 가속기, 알베오 데이터센터용 장비,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버설 AI 적응형 시스템- 온-칩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세서 및 가속기를 설계합니다. AMD코리아의 기술영업에 대해 이재형 커머셜 세일즈 부문 대표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재형 대표, R&D, 마케팅, 해외영업 두루 거친 ‘영업통’
이재형 AMD코리아 커머셜 세일즈 부문 대표는 2019년 AMD에 합류해 기업 영업 전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어떻게 기술영업인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부터 질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첫 경력은 삼보컴퓨터에서 연구개발로 시작했고, LG전자에서 유럽 수출 담당도 맡았습니다. 아이리버에서는 마케팅 리더로 활동했고, 휴맥스에서 유럽 세일즈 마케팅도 담당했었죠. 이후 레노버에서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로 싱크 브랜드를 담당했는데, 레노버 워크스테이션 뿐만 아니라 IBM과의 합병으로 데이터 센터 제품도 다뤘습니다. 그리고 직전에는 델 테크놀로지스에서 디지털 전환(DX) 컨설턴트로 일하며 엣지부터 클라우드까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의 DX 전도사 역할을 했죠”라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연구개발,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영역을 다뤄본 끝에 이 모든 경력을 다 살릴 수 있는 커리어를 찾다가 2019년 AMD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입사할 당시 2세대 에픽 프로세서가 이제 막 시장에 소개되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AMD 코리아의 엔터프라이즈 영업이 시작될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AMD코리아의 사업 영역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이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AMD는 B2C 기업이었습니다. 03년부터 16년 사이에 옵테론 제품군으로 B2B 사업을 운영해오긴 했으나 사업의 단절이 있었고. 그러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가 부임하며 사업이 재편됐고, 지금은 일반 사용자용 제품군은 물론 데이터센터, AI가속기, 미디어 처리, 네트워크 등의 사업 비중이 거의 50:50인 상황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기존의 서버용 CPU 에픽, 데이터 센터용 가속기 인스팅트, 슈퍼컴퓨터인 HPC 솔루션 뿐만 아니리여기에 2년 전 합병한 자일링스 FPGA, 펜산도의 네트워킹 칩 및 관련 소프트웨어, 이를 포괄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다뤄 종합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AMD 기술 영업은 기술 소개 중심··· 파트너 및 고객사의 생태계 확산에 집중
현재 국내 조직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세일즈 조직을 BDE(Business Development Executive)라고 부르며, 여기에 기술 지원 및 영업에 해당하는 FAE(Field Application Engineer), 세일즈 오퍼레이션, 마케팅 등으로 나뉩니다”라고 말했는데, 흥미롭게도 직접 제품을 파는 구조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 대표는 “특정 기업이 AMD의 솔루션 도입하고 싶다면 먼저, AMD코리아에 사업제안서를 요청하고 미팅을 갖습니다. 그다음 AMD 코리아 측의 컨설팅을 거쳐 AMD 솔루션의 도입이 요구되면, 델, HPE, 레노버 등 AMD의 OEM 파트너사를 통해 조달 단계로 넘어갑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객 기업은 고성능 컴퓨팅, AI 개발, 데이터 센터 등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도 협의한 건도 AMD코리아가 진행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AMD만의 영업 전략과 강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대표는 “생성형 AI로 인해 IT 인프라 수요는 늘지만, 전력 공급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전력이나 유지비용도 문제죠. 전 세계적으로 전력효율이 높은 제품의 수요가 늘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은 탄소배출, 공공기관은 블랙아웃 등과 관련해 전력 효율이 높은 제품을 찾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MD는 와트당 성능을 높여 해결책을 찾습니다. AMD는 2014년에 2020년까지 소비자용 CPU 전력 효율을 25배 향상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31.7배로 초과달성했죠. 이제는 2025년까지 가속 컴퓨팅 분야에서 전력 효율을 30배 높이고, 2027년까지 최대 100배 향상이 목표입니다. 그린 500 슈퍼컴퓨터 목록 상위 10개 중 4개가 AMD CPU 제품일 만큼 효율은 증명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서버 집적도를 끌어올리는 점도 강점입니다. AMD가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쟁사 대비 많은 코어 수 덕분입니다. 이번에 컴퓨텍스에서 공개된 5세대 에픽 프로세서만 해도 192코어 384스레드를 제공해 데이터서버의 성능 밀집도를 높이고, 전기세도 줄이는 식이죠. 구 세대 제품은 소켓 두 개를 써도 100코어 구성이 어려운데, AMD 에픽은 하나로 이를 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HPC 및 클라우드 사업자 전 분야에 AMD 선택 늘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례 주목”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데이터센터를 주목할만한 영업 사례로 손꼽았습니다. 그는 “고성능 컴퓨팅 부문에서는 국내 대형 조선 3사,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KRISO)까지 AMD HPC 솔루션을 쓰고 있고, 유전자 분석 등 의료 분야나 VFX 분야의 랜더팜, 방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AMD의 도입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KT클라우드도 인스팅트 MI100, MI250 AI 가속기를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제공합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가장 이상적인 사례”라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서버를 도입할 때 고효율, 고집적 서버를 필요로 했고, 에픽 CPU를 낙점했습니다. 다만 기존 서버의 세네 배 이상으로 집적하다 보니 병목 현상이 우려됐는데, 자일링스와 함께 네트워크 입출력을 향상하는 스마트닉(SmartNIC) 기술을 개발, 도입해 병목과 지연속도를 해결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AMD의 솔루션을 대내외적으로 소개하고, 장기적으로는 AI 가속기나 데이터센터, 지원 솔루션 등을 복합적으로 갖춰 글로벌 CSP를 앞서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채용은 AMD 영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건이라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KT클라우드 같은 국내 CSP 기업이 AMD의 솔루션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덕분에 출연연 등 공공기관에서도 조달 등록을 요청하곤 합니다. 초기에는 FAE 한 명으로 시작할 만큼 조직이 작았지만, 이제는 많은 고객사들이 AMD의 솔루션을 먼저 찾고, 경쟁 기업과 각각 비교할 정도로 인정해 주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술 지원은 국내 시장 맞춰 구성, 신기술 찾는 한국 기업들 많아
한편 AMD코리아의 기술지원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이 대표는 “OEM 파트너사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인도해도, 이후에 서버 이전이나 호환성 등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이때 FAE가 현장을 방문해 라이브러리 수정을 지원합니다. FAE는 AMD 본사로 중앙화 돼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해외 FAE의 지원도 함께 합니다. 국내에는 클라우드 아키텍트가 있어서 컨설팅이나 기술 지원은 직접 하고, DPU(데이터 처리 장치)나 네트워킹 등 작업 빈도가 떨어지는 작업은 글로벌에서 관리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MD 글로벌에서 AMD코리아의 기술지원팀을 직접 관리하고, 또 국내에 인력이 없어도 직접 지원을 하는 게 전략입니다.
어려운 점도 없지는 않다는데요, 이 대표는 “모든 영업은 쉽지 않고, 잘 되는 영업이란 없습니다. 국내 고객 역시 어려운데, 개인적으론 장점이라 여깁니다. 서버 시장의 대기업들은 대체로 보수적인데, 거꾸로 국내 서버를 도입하는 기업 고객들은 진취적입니다. 글로벌 CSP와 경쟁하니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고자 경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출시가 늦으면, 많은 고객들이 이를 기다리는데, 그럴 때가 어렵습니다. 덕분에 한국이 테스트베드가 되기도 하고, 신기술이 우선 도입되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전략인 퍼베이시브 AI, 국내에서도 유효합니다”
이 대표에게 올해, 그리고 내년을 이어갈 AMD 코리아의 전략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대표는 ‘퍼베이시브 AI(Pervasive AI)’라고 답했는데요, 이에 대해 “AMD는 AI를 컴퓨팅 업계에 50년 만에 찾아온 변곡점으로 봅니다. 지금 포트폴리오를 넘어 AI 시장의 더 큰 요구를 감당하는 게 우리의 목적입니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이를 ‘광범위한’이라는 뜻의 퍼베이시브 AI라고 지칭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MD는 이번 컴퓨텍스 2024에서 해마다 새로운 AI 가속기 제품을 출시한다는 업데이트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AMD 인스팅트 MI325X AI 가속기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CDNA4 기반의 MI350 시리즈로 추세를 이어갑니다. 2026년에는 MI400 시리즈로 차세대 시장을 열 계획입니다. 또 젠5 아키텍처의 공개로 라이젠 AI PC같은 소비자용 제품도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구요. AMD는 노트북, 데스크톱 프로세서 등 소비자 제품부터 AI 가속기, 서버용 프로세서, FPGA, 임베디드 칩같은 산업용 제품까지 AI에 대한 모든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는 것, 그것이 퍼베이시브 AI의 정의입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AI PC를 많이 팔겠다. 훈련이나 추론용 제품에 집중하겠다를 넘어서, AI 개발부터 확산에 걸친 산업부터 실생활까지 모든 방면에서 우리의 제품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데이터 센터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해내왔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더 쉽게 AMD의 서비스를 만나고, 더 넓은 산업에서 쓰도록 하는 것이 과제가 되겠네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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