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과 함께 '문짝남' 군단 이룰 자 누구인가?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어떤 시대든 당대의 미남과 미녀 계보는 그 시대의 욕망을 투영한다. 어떤 시대에는 선 굵은 외모에 짙은 눈썹, 중저음의 목소리의 남자 배우가 인기 있었고, 어떤 시대에는 달덩이 같은 얼굴에 백옥같이 하얀 얼굴 그리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여자 배우가 인기 있었다. 2000년대를 지나서도 '짐승남' '포켓남' '나쁜 남자' '키다리 아저씨' '멍뭉미' 등 다양한 수사로 남성들의 매력이 제단됐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2024년 6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자 배우의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까. 단연 '문짝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문짝남'은 말 그대로 건물 안에 있는 문짝처럼 거대한 이미지의 남성을 의미한다. 이를 배우의 이미지로 조금 좁혀본다면, 일단 190㎝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가는 키와 거대한 팔과 다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얼굴은 작고 어깨는 넓어 비율이 좋아야 하며, 인상은 순해 보이면 좋다. 이러한 배우들이 안방에서 순애보 연기를 펼치면, 지금의 여심은 바로 사정없이 요동친다.
그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이었다. 변우석은 지난달 막을 내린 드라마에서 류선재 역을 연기해 드라마의 화제성 중심에 섰다. 19세, 20세, 34세의 선재를 연기하면서 190㎝가 넘는 그의 키는 빛을 발했다. 특히 여주인공 임솔 역 김혜윤과의 차이가 극명해 그 효과가 더욱 부각됐다. 160㎝가 조금 넘는 김혜윤의 키는 3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들은 드라마 방송 전이던 지난 3월부터 숏폼 콘텐츠를 통해 '키 차이 챌린지'에 도전했는데 거대한 문짝 같은 변우석의 품에 폭 안기는 김혜윤의 모습은 많은 여성 팬들의 낭만을 자극했다. 드라마에서도 이들의 신체적인 차이를 이용한 연출이 화용됐다. 김혜윤이 변우석의 품에 안기는 장면은 물론, 손 크기의 차이가 강조되는 부분 역시 클로즈업 숏으로 활용됐다.
결국 변우석을 통해 구체화된 '문짝남'의 이미지는 든든함, 듬직함 등으로 이어져 지금 남성의 가장 매력적인 이미지로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다. 연초 방송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나인우 역시 이런 모습이었는데 드라마의 주연으로 유지혁 역을 연기한 배우 나인우의 키가 프로필상 188.6㎝였다. 그는 프로필 키가 164㎝인 박민영가 25㎝ 가까운 차이로 설렘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시기 tvN의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에 출연한 문상민의 키도 190.5㎝에 이른다. 2021년 넷플릭스의 '마이네임' 고건평 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22년 tvN '슈룹'의 성남대군 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의 왕태만 역을 거쳐 '웨딩 임파서블' 이지한 역을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그는 이미 JTBC '새벽 2시의 신데렐라' 촬영을 마쳐놓고 있으며, 최근 KBS2 '뮤직뱅크'의 MC로 발탁돼 박서준, 박보검, 송중기 등 한류스타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렇게 어느새 대중의 가장 뜨거운 '픽(PICK)'으로 거듭난 '문짝남' 스타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이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떠오르는 이는 일본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채종협이다. 올 초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 박은빈이 연기한 서목하의 상대역 강보걸 역을 맡아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지난 3월 막을 내린 일본 TBS의 드라마 'Eye Love You'에서 일본 유학생 윤태오 역을 맡아 일본 배우 니카이도 후미와 호흡을 맞췄다.
그의 키는 186㎝로 앞서 거론됐던 '문짝남'들이 비해 약간 작은 편이지만 일본에서 느끼는 그의 키는 꽤나 장신이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첫 번째 단독 팬미팅을 열었는데 4일 동안의 공연에 총 3만명의 현지 팬들이 들어찼다. 일본에서의 '횹사마'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그 바람을 이어갈 기세다.
변우석을 발굴한 백미경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티빙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의 김현진도 기억해야 할 만한 이름이다. JTBC '힘쎈 여자 강남순'을 통해 변우석을 빌런 류시오로 만든 백미경 작가는 '차세대 문짝남'으로 김현진을 찍었다. 그는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에서 최연소 천만영화 감독 백도홍 역을 연기한다.
2022년 SBS '치얼업'에서 진선호 역을 통해 지상파에 데뷔한 그는 '문짝남'의 유행을 업고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뿐 아니라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서도 주일영 역을 맡아 수트핏을 뽐낸다. 189㎝로 190㎝에 육박하는 키와 하얗고 작은 얼굴, 대형견을 연상시키는 순한 인상이 차세대 문짝남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하이라키'에 출연하는 두 배우 역시 '문짝남'의 요소에 부합한다. 극 중 주신고의 전학생 강하 역 이채민과 주신그룹 후계자 김리안 역의 김재원이다. 두 배우는 각각 190.2㎝와 187.8㎝의 장신을 자랑한다. 이채민은 '하이클래스'로 데뷔해 '일타 스캔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에서 활약했다. 김재원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비롯해 '킹더랜드'에서 승무원복을 입기도 했다.
이렇게 연예계에 '문짝남'들이 인기를 얻자 '문짝남'에 걸맞은 촬영기법들도 생겨나 화제를 모았다. 특히 170㎝ 이상 장신의 여배우뿐 아니라 김혜윤의 사례에서 보듯 작은 여배우들과의 호흡도 그 흥행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선재 업고 튀어' 김혜윤은 실제로 촬영 당시 변우석과의 키 차이 때문에 둘의 모습이 한 앵글에 담기기 쉽지 않자 카메라를 거치하는 나무 거치대를 밟고 촬영을 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걸어가는 장면의 경우에는 거치대를 담장처럼 쭉 이어 그 위를 밟으며 촬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압도적인 피지컬에 그렇지 않은 순한 비주얼, '문짝남'의 인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다. 변우석, 나인우, 문상민 등의 뒤를 이을 수많은 문짝남들이 말 그대로 '문짝을 열고' 대중들의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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