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월소득 450만원 외벌이 아빠의 '잠 못 이루는 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6. 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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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외벌이로 두 자녀 키우는 부부
마이너스 통장마저 한계 도달
지출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혼자서 4인 부양 가능할까

여기 1년 만에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전부 사용한 부부가 있다. 외벌이에 두 자녀를 키우느라 쑥쑥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 이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악순환의 늪에 빠진 부부의 상태를 점검했다.

마이너스 통장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낭비하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에서 일하다 잠깐 은행 업무를 보러 나온 김수찬(가명·39)씨는 은행 앱 화면을 보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000만원'이란 숫자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가 꽉 찼던 거다.

그는 혼자서 초등학생 두 딸(10·8)과 아내 신민아(가명·35)씨 등 세 식구를 책임지는 외벌이 아빠다. 최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하면서 학원비, 식비 등 지출이 크게 늘자 김씨는 조바심을 느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계부의 적자 폭은 갈수록 커졌고, 김씨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초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1년 만에 한도까지 써 버렸다. 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많은 지출을 할애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가 아파트(시세 3억1000만원)를 무리해서 산 게 화근이었다. 30년 후 상환을 조건으로 장기대출을 받은 주택담보대출(잔여금 9100만원)을 상환하느라 적잖은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제 김씨는 집을 팔고 전세로 이사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 신민아씨의 생각은 다르다. 신씨는 전세에 회의적이다. 사실상 4년마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고, 그게 불가피할 경우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김씨도 동의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부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부부는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짜야 할지 필자와 함께 고민하기로 결정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외벌이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슬하에 자녀가 없다면 모를까. 한창 자라는 두 아이까지 감당하려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 김씨는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다 포기하고 직장과 육아에만 집중하는데도 늘 돈이 모자란다"면서 "그렇다고 아이들의 학원을 끊을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부부의 가계부에선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번 살펴보자.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혼자서 45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아내는 둘째를 가진 이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30만원, 식비·생활비 178만원, 자녀 학원비 42만원, 통신비 22만원, 자녀 학습지 16만원, 보험료 57만원, 남편 용돈 45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대출금 상환 43만원 등 총 463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금융성 상품으로는 명절비·경조사비 100만원(이하 1년 기준), 휴가비·명절비 180만원, 의류비·미용비 120만원 등 400만원이다. 1년 평균 33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10만원), 예금(10만원) 등 2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매월 총 516만원을 쓰고 66만원 적자를 본다.

가계부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한도가 차 버렸으니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부가 해결해야 할 재무 목표도 많다.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마련,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마이너스 통장 상환 등 4가지다. 장기→단기 목표 순으로 나열했지만,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주택담보대출금과 마이너스 통장 상환이 1순위다. 매월 쌓이는 이자를 무시해선 안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부부는 미래엔 전세든 자가든 큰 집으로 이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두 딸이 슬슬 자기방을 쓰고 싶어 했고, 남편도 생각을 정리할 서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다. 적자를 없애고 4가지 재무 목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건 사치다. 필자는 부부에게 이사는 단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괴롭겠지만 지금으로선 부부의 지출을 극한으로 줄이는 수밖엔 답이 없다. 일단 이번 시간에는 부부의 용돈만 조금 줄였다. 자차가 없는 남편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그래서 남편 용돈(45만원)에 교통비가 포함돼 있어 아내(30만원)보다 조금 액수가 많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각자의 용돈을 10만원씩 줄여 총 20만원을 절약하기로 했다. 매일 마시는 프랜차이즈 커피 한잔, 가끔씩 갖는 한번의 술자리를 줄이는 식으로 노력하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적자는 66만원에서 46만원으로 줄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남편의 수입에만 기대선 아무리 생각해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지출을 극한으로 줄인다 해도 4가지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엔 여유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소득을 조금이라도 올려야 한다. 여러모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부부는 순조롭게 지출 줄이기를 끝마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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