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연내 1회’로 축소… 韓도 4분기에나 내릴 듯
7월 인하확률 8%로 ‘뚝’… 9월 65%·11월 74%
’2번 인하 가능’ 주장도… “9·12월 금리 내릴것”
韓 인하는 10월로 밀릴 듯… “환율 변동성 주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3회에서 1회로 축소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2%포인트(p)인 한·미 기준금리 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10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12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0%(중간값 5.375%)로 유지했다. 작년 9월부터 7회 연속 동결한 것이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은 종전 75bp(1bp=0.01%p) 인하에서 25bp 인하로 조정했다. 25bp씩 내린다고 가정할 때 연내 한 차례만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 월가 “美 연준, 금리인하에 신중… 점도표는 매파적”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향한 ‘완만한 추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음에도 정책 완화에 대한 확신을 얻기에는 이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도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을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하고, 근원 PCE도 2.6%에서 2.8%로 높이는 등 물가 경로에 대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예측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이날 오전 현지 정보를 통해 “이날 오전에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3%)이 예상치(3.4%)를 하회하고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판단을 긍정적으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망에서 인플레이션 및 정책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면서 연준의 결정이 기대만큼 도비시(dovish·완화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도표인 ‘점도표’(dot plot)에 대해서는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점도표는 올해 금리 중간값 전망치를 4.6%에서 5.1%로 높였고 장기 정책금리도 2.6%에서 2.8%로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전망보다 금리인하 전망 횟수가 감소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인플레이션 전망”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 추세에 대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점도표는 약간 호키시(hawkish·긴축선호)했다”면서 “이날 발표된 CPI가 점도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연준은 여전히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데이터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연준은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FOMC 발표 이후 미국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9월이나 11월로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 그룹(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11월 금리 인하 확률을 74.3%로 보고 있다. 하루 전(68.2%)보다 6.1%p 커진 것이다. 9월 인하 확률은 52.8%에서 65.1%로 커졌다. 반면 7월 인하 확률은 12.6%에서 8.3%로 낮아졌다.
◇ 韓 인하시점 10월로 늦춰질 듯… “8월 인하 가능” 의견도
미국의 금리 인하가 9월 이후로 늦춰진다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10월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 차가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인 2%p(상단 기준, 한국 3.5%·미국 5.5%)로 치솟은 상황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렸던 지난 2019년 7월에도 환율은 2주 만에 20원가량 치솟아 1200원을 넘기기도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에서는 한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현재 1360~1370원대인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라면서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불안을 유발할 요인도 통제되고 있어 당장 금리를 낮출 필요성이 작아졌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 뒤 “한은의 인하 시점은 10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동향(2024년 6월호)’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고금리 기조로 소비 여력이 약화됨에 따라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내린다면 한은은 이르면 8월, 늦으면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면서 “내수와 수출의 괴리가 벌어지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지 않고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의 회복세가 더디다면 한은의 8월 금리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점도표가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점도표가 이번만큼은 안지켜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점도표를 보면 한 번 인하를 주장한 사람은 7명이고 동결이 4명, 두 번 인하가 8명이었다. 한 번 인하를 주장한 사람 중 2명만 두 번 인하로 돌아서도(두 번 인하 의견이 과반수가 되므로) 2회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은 9월과 12월 금리를 내리고, 한은도 10월에 내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FOMC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연준이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에 기반해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물가·고용 등 주요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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