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5점 줬는데, 약 올릴까” KIA 41세 타격장인이 감동 받았다…173승 대투수가 멋있고 고맙다[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니, 5점을 줬는데…”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은 12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부진했다. 5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볼넷 5실점했다. 보통 이 정도 성적이면 패전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KIA 타선이 경기 중반부터 미친 듯이 타올랐다. 0-5로 뒤진 경기를 13-7로 뒤집으며 양현종에게 시즌 5승, 통산 173승을 선물했다.
양현종은 평소처럼 140km대 중반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만 딱 사용했다. 변화무쌍한 피치디자인과 제구력, 커맨드로 먹고 산다. 그러나 이날 SSG 타자들은 만만치 않았다. 양현종은 2회 박성한에게 패스트볼을 낮게 잘 넣었으나 중월 솔로포를 내줬고, 3회 집중타를 맞고 4실점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가 아니다. 대량실점에도 투구수가 많지 않아 6회까지 끌고 갔다. 4~5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6회 2사까지 잡았다. 2사 1루, 최근 뜨거운 신인 박지환 타석에서 최지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때 양현종의 제스쳐가 이례적이었다. 3루 외야 원정 관중석, 그러니까 KIA 팬들을 향해 팔을 돌리며 격한 함성과 응원을 유도했다. 모자를 벗고 정중히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덕아웃에서 본 ‘타격장인’ 최형우는 순간적으로 웃음이 났다.
“아니, 5점 줬는데 뭘 잘 했다고.” 물론 타자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6-5로 앞서간 시점이긴 했다. 그럼에도 에이스가 5실점이면 잘 던진 건 아니다. 하지만, 최형우는 양현종의 깊은 속뜻을 알고 이내 고개를 끄덕하며 양현종을 인정했다.
최형우는 “저 친구, (양)현종이한테 고마운 게, 아까 내려오면서 ‘이렇게 이렇게(동작 취함)’ 하더라고요. 아니, 내려오면 좀 뭐라고 할까. 약 올릴까 좀 생각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지금 그 상황서 분위기가 저쪽(SSG)으로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일부러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더라”고 했다.
양현종은 한 수 더 내다보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이날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현종 역시 최형우처럼 KIA에 진심인 선수다. 그 미묘한 분위기를 잘 넘겨야 팀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액션을 취했던 것이다. 물론 KIA 팬들의 응원에 진짜 감사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최형우는 양현종에게 “멋있었다”라고 했다. 야수 최고참, 투수 최고참이 이렇게 한 마음 한 뜻이다. 자신의 기록보다 KIA의 승리, KIA의 올 시즌 통합우승만 바라본다. 최형우도 이날 통산 최다루타 1위에 올랐고, 자신의 한 경기 최다타점 타이기록을 세웠으나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했다. 팀이 1위에 올랐으니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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