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연구원, 운영재원으로 분석한 '독립'과 '종속' [추적+]
지방硏 운영재원 분석해보니
출연금 비중 60% 이하 수두룩
보조금 비중 높을수록 재량↓
바람직한 재원 구조 논의해야
지방연구원을 아는가. 다양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고도화와 지역별 맞춤형 발전전략 수립을 돕는 연구기관이다. 전국에 23곳이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연구기관들은 과연 제 목소리를 내면서 '독립성'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을까. 지방연구원의 운영재원 분석을 통해 답을 유추해봤다.
"서울의 워킹맘ㆍ워킹대디 10명 중 3명은 퇴근 후에도 일 걱정을 했다. 워킹맘 30.3%와 워킹대디 46.4%는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1일 가사ㆍ자녀 돌봄시간은 워킹맘이 3.4시간, 워킹대디가 1.8시간으로 여성이 남성의 2배에 달했다."
지난 5월 29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워킹맘ㆍ워킹대디의 현주소'라는 인포그래픽에 담긴 내용의 일부다. 서울 맞벌이 부부의 현실을 숫자로 보여준 건데, 이 연구 결과는 서울시가 저출생 정책을 만들 때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고도화와 지역별 맞춤형 발전전략 수립을 돕는 연구기관을 지방연구원이라고 한다. 지자체가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방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연구원법)'에 따라 설립하는데, 2024년 4월 기준 23개다. 광역지자체의 광역연구원이 16개, '50만명 이상'인 대도시의 시정연구원이 7개다.
[※참고: 2022년 법개정 이전엔 인구 기준이 '100만명 이상'이었다. 기준이 완화하면서 시정연구원이 늘고 있는데, 경기도 시흥시도 시정연구원 설립을 준비 중이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는 공동 지방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방연구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지자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협력관계가 과하면 지방연구원이 정치적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하는 종속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적당한 자율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지자체에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간과한 이슈들도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독립적인 게 상책이라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독립적이면 지자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지자체와 지방연구원은 과하지 않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23개의 지방연구원들은 지자체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를 지방연구원의 운영재원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운영재원만으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양측의 관계를 추정할 순 있다. 운영재원 구조를 통해 지자체의 입김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지방연구원의 재량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의 운영재원은 대부분 출연금과 보조금이다. 출연금은 근거 법률(지방연구원법)에 따라 지자체가 교부하는 재원이다. 사전에 사용처를 지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비나 사업비, 경상경비 등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집행 잔액을 정산할 필요도 없고, 반환 절차도 없다. 그만큼 출연금 비중이 높으면 기관의 재량과 독립성이 높은 셈이다.
보조금은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재원이다. 대신 지방연구원이 명시한 지출대상사업에 따라 교부한다. 따라서 시설비나 사업비, 운영자금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인건비나 시설유지비 등 경상경비로는 지출할 수 없다. 집행 후 정산도 필요하다.
지방연구원별 운영재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통합공시 정보 사이트 '클린아이'에 등록된 공시자료 중 2018~2022년 운영성과표(또는 손익계산서)를 토대로 살펴봤다.
[※참고: 23개 지방연구원 가운데 2023년에 설립된 5곳(대구정책연구원ㆍ광주연구원ㆍ전주시정연구원ㆍ성남시정연구원ㆍ화성시연구원)은 제외했다. 운영성과표를 참조한 건 각 지방연구원의 정보공개 수준이 달라 운영재원을 동일한 기준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일부 보조금을 출연금으로 오기한 경우는 바로잡아 분석했다.]
그 결과 출연금 비중이 매년 80% 이상인 연구원은 3곳(고양시정연구원ㆍ용인시정연구원ㆍ수원시정연구원)이었다. 특히 고양시정연구원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출연금 비중이 99.0%였다. 2022년에도 97.9%가 출연금이었다.
출연금 비중이 60~80%인 연구원은 7곳(서울연구원ㆍ부산연구원ㆍ인천연구원ㆍ대전세종연구원ㆍ경기연구원ㆍ전남연구원ㆍ창원시정연구원)이었다.[※참고: 특정 시기에만 80%를 넘겨 평균치가 올라간 곳은 80% 이하로 묶었다.]
이들 지방연구원은 대부분 5년간 출연금 비중 변화폭이 10% 이내로 크지 않아 비교적 안정적인 재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정연구원은 2018년 출연금 비중이 91.9%였다가 2020년에는 66.5%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변화가 컸다.
나머지 7곳(울산연구원ㆍ강원연구원ㆍ전북연구원ㆍ경북연구원ㆍ충남연구원ㆍ제주연구원ㆍ경남연구원)은 출연금 비중이 60% 이하였다. 이들은 보조금과 사업수익 등으로 나머지 재원을 충당했다. 경남연구원은 출연금 비중이 전국 지방연구원 가운데 가장 낮았는데, 비중이 큰 지정보조사업수익의 변동폭이 너무 커서 운영재원 구성비가 일정하지도 않았다.
분석 결과를 보면 몇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전반적으로 출연금 비중이 높지만, 분석대상 17곳 중 7곳(41.2%)이 60% 이하였다. 둘째, 시정연구원은 광역연구원보다 상대적으로 출연금 비중이 높았다.
셋째, 광역연구원의 수입 규모는 인구와 비례하는 건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022년 기준 강원연구원의 수입은 90억원, 서울연구원은 307억원으로 편차가 컸다.
넷째, 광역연구원은 출연금 비중이 대부분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경남연구원처럼 출연금 비중이 낮은 곳은 수입 규모가 연도별로 크게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출연금 비중이 낮을수록 재정도 불안하단 얘기다.
물론 출연금 비중이 연구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인하는 유일하거나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어떤 운영재원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어렵다. 다만 언급한 것처럼 출연금 비중이 과하거나 너무 낮을 경우, 지방연구원이 본래의 목적대로 굴러가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지방연구원의 설립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출연금 비중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원별 공시자료의 작성방식을 통일하기 위한 법적근거부터 마련해야 할 듯하다.
아울러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지방연구원의 운영이 지자체의 정책고도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지방의회의 몫이다.
신희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syai12329@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