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교수 수사로 표현의 자유 논란
명문 히브리대 교수 가자 전쟁 "학살" 비난 서한 서명
대학 당국 정직 처분 뒤 경찰이 수사 나서며 논란 확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에서 유대계 주민들의 반 팔레스타인 주장은 잘 처벌되지 않으나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의 반 유대계 주장은 쉽게 처벌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5월 현재 경찰 기록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테러 혐의 기소 사건이 162건에 달한다. 이스라엘 내 소수 아랍인 권리 법률 센터인 아달라에 따르면 대부분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 또는 동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기소한 것이다.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합병한 뒤 제시한 시민권을 거부한 사람들이다.
또 기소 전 수사를 받고 있는 아랍계 이스라엘 주민들도 500여 명에 달한다. 그밖에도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신앙 표시 또는 전쟁과 반대되는 통계 또는 영상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유대계 주민은 처벌 않고 팔레스타인계 주민들만 처벌
그는 가자 전쟁이 학살이라고 비난하는 전 세계 학자들의 서명에 가담했고 이스라엘이 강간을 정치화하고 있다며 “시오니즘을 폐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대학당국이 그를 정직시켰고 이스라엘 우익 정치인들이 보다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아직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은 이스라엘에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촉발했다.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 사건은 그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주제와 관련된 발언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는 “내 사건은 폭력적 극단주의가 형사 사법제도와 학문을 침범해 정치화하는 새로운 사례”라며 “폭력적 극단주의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악마화 한다”고 비난했다.
아르메니아계 팔레스타인인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났으며 1994년 히브리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트라우마, 국가 범죄, 성폭력, 법과 사회 및 학살 등이다.
그는 미 조지타운대 등 객원교수를 지내는 등 20여 년 동안 전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전부터 친 이스라엘 단체가 주목하는 대상이었으며 그가 가자 전쟁을 학살행위로 규정한 서한에 서명한 뒤 감시가 심해졌다. 그러나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 3월14일 히브리 대학 당국이 그를 정직시켰다. 대학 당국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희생자 편에 서는 것이며 강간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샬후부케로브키안 교수는 사회사업 강의를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교수가 3월27일 대학 지도자들 앞에서 자신은 페미니스트 연구자로서 하마스에 의한 강간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강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4월초 우익 의원들이 교수 해임 및 수사를 촉구하고 교수를 쫓아내지 않는 히브리대에 대한 경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4월18일 경찰이 교수를 동예루살렘의 자택에 연금했다. 이날 밤 경찰은 감기에 걸린 교수를 기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감방에 투옥했다.
다음 날 경찰과 검찰이 억류 연장을 요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해 석방됐다.
경찰, 교수 수사하며 여러 주제에 대한 견해 다그쳐 물어
이에 대해 런던시티대 마젠 마스리 법학교수는 경찰이 월권한다고 비난했다.
아리엘 포라트 텔아비브대 법학교수 겸 총장도 이스라엘에서 발언을 이유로 교수가 기소된 첫 사례라면서 “그를 체포한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가 체포된 직후 히브리대 법대 교수 여러 명이 TV에서 그의 저서가 정치화돼 있다고 비난했으나 당시 히브리대 당국자들은 그의 저서가 동료 학자들의 검증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대학 당국이 그를 정직시킨 것이 그에 대한 처벌을 촉발했다고 비난한다.
슐로미 세갈 히브리대 정치학교수는 4월말 히브리어로 “민주주의가 탄압받고 있다. 그래도 좋은가”라고 쓴 T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샬후브케보르키안 교수는 경찰조사가 자신을 침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는 “내가 겪는 사건은 가자의 여성, 어린이, 의사들, 학자들 그리고 모든 주민이 당하는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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