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소환한 무라카미 다카시

디 데이(D-day) 6월 21일. 뉴진스의 일본 데뷔를 앞두고, 패션계가 다시 시간을 달려 90년대 중반에서 2천년대 초반의 Y2K 시대에 열광하고 있다. 뉴진스는 먼저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의 가방 앨범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의 가방 앨범. 뉴진스.

뉴진스가 이 시대로 소환한 무라카미 다카시는 90년대 스스로를 ‘오타쿠 예술가’라 칭하며 급부상했다. 그는 1993년 도쿄 예술대학 일본화과가 배출한 일본화 1호 박사다. 유년시절부터 만화광이었던 그는 천박한 소비 문화와 성 도착 현상 등을 만화와 결합해 귀엽지만 동시에 묵시론적인 ‘신 일본화’를 창조했다. 귀여운 캐릭터와 현란한 컬러에 처음 귀엽다고 느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하게 만드는 기괴하며 환상적이며 이상한 귀여움으로 아시아 예술계를 휩쓸었다. 그리고 금새 세계 예술계를 뒤흔들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의 한 명이다. 그의 화려한 혼돈과 기괴한 귀여움은 당시 Y2K 시대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평소 뉴진스의 빅 팬임을 밝혀온 무라카미 다카시. 팬심을 담아 이번 뉴진스 X 무라카미 협업을 디자인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takashipom

루이 비통 2023년 봄, 여름 컬렉션에 처음 선보여진 루이 비통 X 무라카미 협업 시리즈. 루이 비통.

동시에 무라카미 다카시는 Y2K 시대 럭셔리 패션계도 기념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2002년 당시 루이 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크 제이콥스의 초대로 장기 협업을 시작했다.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의 협업 시리즈는 경이로운 상업적 성공을 이루었다.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캔버스에 무라카미만의 독특한 컬러 팝 팔레트가 입혀지며, 루이 비통은 ‘영&힙’ 감각의 트렌디한 럭셔리 브랜드로 반전됐다. 2023년 봄, 여름 런웨이에 처음 선보여졌으며, 스피드 백부터 알마, 빠삐용까지 다양한 모노그램 캔버스 백들이 화려해 졌다. 이후 체리블라썸 컬렉션이 등장하며, 무라카미의 만화 같은 예술 모티프들이 LV 로고 사이에 자리했다. 루이 비통 X 무라카미 백은 당시 패리스 힐튼, 린제이 로한, 제시카 심슨 같은 잇걸(It-girl)들의 잇백(It-bag)이었다.

루이 비통 X 무라카미의 체리블라썸 컬렉션 캠페인. 루이 비통.

2009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루이 비통 X 무라카미 디자인 전시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이 협업은 예술과 상업의 기념비적인 결합이며 궁극의 패션과 미술사의 크로스오버’라고 말했다. 이 후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 아티스트의 만남이 패션의 한 사조로 자리 잡았다. 무라카미에 이어 루이 비통은 미국 화가 리차드 프린스와 일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와의 협업을 이어갔다.

무라카미 X 블랙핑크의 2차 캡슐 컬렉션 ‘인 유어 에어리어(In Your Area)’. 무신사와 무신사 글로벌에서 발매됐으며, 지난 3~4월 사이 무신사 홍대에서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판매됐다. 무신사.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 비통을 떠나며 루이 비통 X 무라카미 컬렉션은 단계적으로 정리되어 갔다. 그러나 Y2K가 트렌드로 돌아오며,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 등 현대의 새로운 잇걸들이 박물관 속에 보관됐던, 컬러풀한 루이 비통 X 무라카미를 들고 패션 스트리트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K 팝 걸그룹 블랙핑크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이 세계 최대 아트페어의 하나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공개됐다. 무라카미는 블랙핑크와의 협업을 위해 ‘판다카시’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 캡슐 컬렉션은 후디, 롱슬리브, 티셔츠, 플라워 쿠션 등 총 16종으로 구성됐고, 한정판 아트 프린트와 플라워 고 워크(Flower Go Walk)’라는 한정판 게임기도 포함된다. 또한 1차 캡슐 컬렉션이 LA와 마이애미에서 진행된 팝업 스토어에서 완판을 기록하며, 2024년 2차 캡슐 컬렉션 ‘인 유어 에어리어(In Your Area)’가 공개됐다.

블랙핑크 X 무라카미 협업 2차 캡슐 컬렉션 ‘인 유어 에어리어(In Your Area)’. 무신사.

뉴진스의 컨셉 포토에 연출된 뉴진스 X 무라카미 협업의 ‘슈퍼내추럴(Supernatural)’ 가방 앨벌인 드로잉스트링 백. 뉴진스.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가방 앨범은 드로우스트링 백과 크로스 백으로 출시됐다. 뉴진스.

Y2K 시대 예술과 패션의 상징 무라카미의 부활은 뉴진스로 이어졌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평소 자신이 뉴진스의 빅 팬이라고 밝혀 왔었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 작업 모습이 공개됐을 때부터 전세계 팬들의 기대를 이끌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가방 앨범은 드로우스트링 백과 크로스 백으로 출시됐다. 뉴진스 X 무라카미 협업을 통한 Y2K 감성이 지금 패션계에 컬러풀한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뉴진스 X 무라카미가 협업한 '슈퍼내추럴' 가방 앨범의 크로스 백. 뉴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