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北인권회의 개최…의장국 한국, 관련 회의 첫 주재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2024. 6. 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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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北, 국경 폐쇄 후 인권 상황 악화”
황준국 대사 “北, 인권 침해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멈출 것”
중·러, 회의 무산 시도 불발…15개국 중 12개국 개최 찬성

(시사저널=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기자회견 대표 발언하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한 공식 회의를 12일(현지 시각) 열고 북한의 인권 상황 악화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번 달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황준국 주유엔대사 주재로 열린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한·미·일을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은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주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보리 차원의 북한 인권 회의 개최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국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의는 지난 2014~2017년 매년 개최됐으나 이후 한동안 열리지 않다가 6년 만인 지난해 8월 재개됐다.

이날 회의 보고자로 나선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최근 북한에서 거주 이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더욱 심화했으며, 식량 부족으로 사회경제적인 생활 여건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혹독해졌다고 전했다. 튀르크 대표는 "오랫동안 지속된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며 "10년 전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안보리에 촉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입장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보고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은 1990년대 말 대기근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국제사회는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국경 통제 강화로 기본적인 자유가 더 강하게 제한된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는 "북한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또한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하는 동시에 대화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해 노력할 때까지 안보리는 북한 인권 의제 회의를 지속해서 개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준국 대사는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어둠에 가두고 잔혹한 통제와 핵무기로 외부세계의 빛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어둠은 빛을 파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사는 "북한은 핵과 인권침해가 함께 달리는 쌍두마차와 같다"며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함께 멈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시민사회 대표 자격으로 탈북 청년이 참석해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 편에 서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평양 출신으로 국가보훈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금혁(32)씨는 "우리는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핵무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인권 안보리 회의 개최에 찬성 표시하는 이사국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북한 인권 문제의 안보리 의제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또다시 문제를 제기하며 의제 채택을 막기 위한 절차투표를 요구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차석대사는 "북한 인권 상황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이 아니다"라며 "안보리의 북한 인권 문제 개입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적대감을 강화하고 대결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서방의 유일한 목표는 한반도 상황을 왜곡하고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실제 안보 문제의 근본 원인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러의 주장은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중·러의 이의제기로 북한 인권 문제의 안건 채택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투표를 한 결과, 15개 이사국 가운데 12개국이 회의 개최에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건 채택을 반대했다. 모잠비크는 기권했다.

12개국의 찬성 의사 표시는 앞선 북한 인권회의 절차투표 중 가장 많은 '찬성표'라고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전했다. 앞서 2014~2017년 개최된 북한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회의도 절차투표를 거쳤다. 절차투표로 9개국 이상이 찬성해 회의가 시작됐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적용되지 않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회의 무산 시도에 맞서 "북한의 인권 침해는 안보리가 지켜야 할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북한의 위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해 국내외에서 강제 노동과 자국 노동자들의 착취에 의존하고 있다"며 "여기서 부끄러운 것은 북한을 보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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