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구장 떠들썩하게 한 에스파 카리나의 시구, 프로야구 마케팅과 연예인 시구의 관계[스경X비하인드]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은 롯데와 SSG의 더블헤더 2차전에 앞서 던져진 공 하나로 들썩였다.
이날 경기 전 시구는 걸그룹 에스파(aespa)의 카리나가 나섰다. 카리나가 한국프로야구 시구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일찌감치 시구가 예정돼 있었지만 더 큰 관심이 몰린 건, 하필 전날 우천 취소로 이날 경기가 더블헤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카리나의 바쁜 일정 때문에 1차전 경기가 늦게 끝나면 시구가 무산될 수 있었다. 야구팬들은 온라인에서 “1차전을 7회까지만 하면 안되냐”고 목소리를 모았다. 1차전이 조금 늦게 끝났지만 카리나는 시구를 무사히 마쳤고 시구 장면은 야구 경기 내용보다 더 관심을 모았다.
롯데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열린 홈 3연전을 ‘부산시리즈’로 진행했다. 3일 모두 부산 출신 연예인의 시구가 진행됐다. 7일에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금’역으로 출연한 배우 송지호, 9일 열린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금혼령>의 배우 박주현이 시구했다. 두 명 모두 부산 출신인데, 카리나는 수원에서 태어났다. 종종 “나는 수원 출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왜 수원과도 한참 떨어진 부산에서 시구를 한 것일까.
카리나는 맥주 ‘크러시’의 모델이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선보인 맥주다. 한 관계자는 “크러시와 계약을 할 때 시구도 포함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카리나는 시구를 마친 후 사직구장 테이블 좌석에 착석했는데 해당 맥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이 모습이 SNS에도 올라갔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 입장한 관중들 모두에게 바다 유니폼을 증정했다. 이 유니폼은 크러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들어졌다. 경기 자체가 하나의 ‘광고’였던 셈이다. 때문에 수원 출신인 카리나가 부산에서 시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원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 팀 KT 역시 카리나 시구를 추진했다.
KT는 카리나 외에도 수원 출신 연예인들을 시구자 섭외를 위해 접촉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수원 출신인 아이돌 비투비의 멤버 이창섭의 시구 행사가 진행됐다.
카리나 측은 롯데 시구에 섭외된 뒤 이 사실을 KT에 알렸다. 특정 한 팀에서 시구를 하게 되면 다른 팀에서 또 시구를 하기에는 쉽지 않다.
KT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KT 역시 모구단과의 관계로 시구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했던 배우 강태오가 시구를 했다. 당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드라마의 인물이 시구를 할 수 있었던 건 드라마가 방영된 채널 ENA가 KT 계열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로야구 시구는 보통 그 지역 출신의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이런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시구 자체가 프로야구 구단의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 경기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수도권 팀들 중에서도 서울 팀들은 시구 섭외가 수월한 편이다. 특히 잠실구장을 홈으로 하는 LG와 두산은 시구 라인업이 화려하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올해에는 조금 더 의미있는 시구를 진행하는 쪽으로 마케팅 방식을 바꾸었다는 후문이다. 키움은 홍보가 필요한 연예인들이 시구를 많이 하러 오곤 한다. 카리나가 시구를 했던 전날인 지난 8일 배우 여진구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삼성의 경기를 앞두고 시구를 했다. 여진구는 영화 <하이재킹> 홍보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 지방팀들은 연예인 시구 섭외에 조금 어려움을 겪는다. 오고가는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방에서 시구를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 시구 일정 하나로 하루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연예인 측에서 고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지방구단은 한 연예인이 방송상 시상식에서 ‘나는 XX팀의 팬이다’라고 말해 시구 섭외를 위해 직접 접촉을 했다. 그러나 소속사와 조율 단계에서 무산됐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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