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미 증권거래위 소송 해결 위해 6조원대 벌금 내기로

스테이블 코인 판매 관련 형사재판과 별개…송환국은 미정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무장 경찰관에게 끌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되고 있다. 포드고리차/로이터 연합뉴스

수십조원의 피해를 낸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4억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의 환수금과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은 증권거래위원회가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이런 내용의 조정안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법원에서 배심원단이 권 대표의 사기죄를 인정한 데 따라 이뤄졌다. 배심원단은 이 민사재판에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를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고 봤다. 이 재판은 권씨가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는 별개다.

배심원 평결 이후 증권거래위원회는 불법 이익 환수금과 벌금 등 모두 52억6000만달러(약 7조2000억원)를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합의액은 7억9000만달러 가량으로 줄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권 대표는 상장 기업 임원이나 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합의안은 또 테라폼랩스가 “가능한 한 빨리” 사업을 종료하고, 현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아마니와 회사 이사들을 교체하고, 남은 자산을 채권자와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새 신탁 관리자를 지명하도록 요구했다.

권 대표 쪽은 이번 합의 전까지는 가상화폐 발행과 매각이 대부분 미국 바깥에서 이뤄져 증권거래위원회가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는 주장해 왔다.

도피 행각을 벌였던 권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계속 현지에 구금된 상태다. 한국에서도 기소된 권씨가 어느 나라로 갈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