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으로 필요한 역할 찾아서 하겠다"…없어서는 안될 37세 베테랑, 슈퍼캐치로 드러낸 다짐

조형래 2024. 6. 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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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정훈 /OSEN DB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정훈이 알토란 같은 수비로 경기의 승부처를 지배했다. 그러면서 팀을 위한 헌신을 재차 강조했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전날 패배를 설욕하면서 27승35패2무를 마크했다. 

이날 선발 김진욱의 완벽투가 눈부셨다. 키움 타선을 상대로 6⅓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2승 째를 수확했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까지 완성했다.

타선에서는 윤동희가 3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면서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박승욱이 3안타, 나승엽도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손호영은 23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비에서 정훈의 슈퍼캐치가 없었으면 김진욱의 호투, 팀의 승리 모두 사라질 수 있었다. 3회초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발 빠른 선두타자가 출루했고 이주형-로니 도슨-김혜성-송성문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이었다. 좌완 김진욱이라고 해도 이들은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이주형과의 승부 부터 고비였다. 김진욱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김진욱이 6구째 던진 슬라이더가 이주형의 배트에 걸렸다. 우측 라인드라이브로 향한 타구. 하지만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훈이 몸을 날렸다. 정훈은 힘껏 점프해서 이주형의 타구를 걷어냈다. 이후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1루를 터치했다. 1루 주자 이용규는 그대로 얼음이 됐다. 더블아웃으로 주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결국 김진욱은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도슨까지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정훈의 슈퍼캐치는 이후 김진욱 완벽투의 발판이 됐고 경기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어진 3회말 윤동희가 선제 솔로포를 뽑아내며 주도권을 쥐었다. 4회초에도 선두타자 김혜성이 좌전안타로 출루했지만 송성문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잡아서 1루 선행주자를 처리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과 정훈 /OSEN DB

경기 후 김태형 감독도 “부상에서 돌아온 정훈선수의 좋은 호수비도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김진욱은 “안타인 줄 알았는데 정훈 선배님이 잡으셨다. 그래서 흐름을 빨리 끊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정훈은 올해 사실상 주전에서 밀려난 채 시즌을 시작했다. 주전 1루수에 나승엽이 먼저 선택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의 잠재력과 신체조건을 보면서 1루수로 육성시킬 계획을 세웠다. 베테랑 정훈은 후보로 밀려났다.

그러나 정훈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었다. 팀을 위해서 어디든지 뛸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나승엽이 타격 슬럼프로 2군에서 재조정 기간을 가질 때는 공백을 채우면서 1루수로 뛰었다. 나승엽이 복귀한 뒤에는 번갈아 가면서 1루 자리를 맡았다. 여기에 한동희 손호영 김민성 등 다른 3루수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생소한 포지션에 가까운 3루수까지 소화했다. 김태형 감독은 팀이 어려운 순간 정훈을 쳐다봤고 정훈은 이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팀을 위해 어디든지 뛸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런데 분위기를 다잡고 활약하려는 찰나, 부상이 찾아왔다. 5월4일 대구 삼성전 주루 과정에서 엉덩이 쪽을 다쳤다. 좌측 엉덩이 햄스트링 건염 부상을 당했다. 전력질주가 불가능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결국 5월17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또 다시 팀을 이탈했다. 

정훈이 빠진 사이, 팀은 잘 나갔다. 삐걱거렸던 팀의 조합이 잘 맞아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으면서 잠재력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이 재편됐다. 

롯데 자이언츠 정후 /OSEN DB

지난 7일 부상에서 회복해서 복귀했지만 설 자리가 좁아졌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정훈을 잊지 않고 찾았고, 정훈도 달라진 상황에 걸맞게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가 12일 김진욱과 팀을 구한 슈퍼캐치였다.

정훈은 경기 후 “흔치 않은 기회를 잡고자 애썼다”라고 운을 떼면서 “자리를 비웠던 동안 돌아가면 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늘 경기에 나갈 때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했다. 그 부분에 집중했더니 수비적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의 상승세가 끊기지 않게,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고심하고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팀이 최근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고참으로서 이 시점에 필요한 역할을 찾아서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날씨가 더워지는데, 이기는 야구로 팬분들을 시원하게 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 /OSEN DB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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