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소도 제재받은 러시아 "달러 및 유로 거래 중단한다"

미국, 모스크바거래소 및 러 국립결제센터 제재
러는 2년전부터 이에 대비…"우리에겐 위안화가 있다"

대(對)러 제재 자료 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이 모스크바거래소(MOEX)를 제재하고, 러시아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에도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자 러시아가 즉각 MOEX의 달러 및 유로 거래를 중단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OEX와 중앙은행은 이날 미국이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물품의 흐름을 차단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MOEX에 대한 미국의 제재 도입으로 외환 거래와 미국 달러와 유로화로 인도 가능한 결제 수단의 결제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은행, 기업 및 투자자가 더 이상 중앙 거래소를 통해 두 통화(달러와 유로)를 거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대신 두 당사자 간에 직접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외거래(OTC)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공식 환율을 설정하기 위해 OTC 데이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러시아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주기적으로 루블 가치가 폭락해 위기를 겪으면서 저축의 일부를 달러나 유로로 보유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이 예금이 안전하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중앙은행은 "기업과 개인은 러시아 은행을 통해 계속해서 미국 달러와 유로를 사고팔 수 있다. 시민과 기업의 계좌와 예금에 있는 모든 미국 달러와 유로 자금은 안전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상품 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조치를)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위안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사이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를 제치고 MOE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가 되었다. 지난 5월에도 위안화는 전체 외화 거래량의 53.6%를 차지했다. MOEX는 주식, 채권, 외환을 사고파는 거래소다. MOEX는 달러와 유로로 결제되는 주식거래와 단기금융시장 거래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MOEX의 달러-루블 거래량은 하루 약 10억 루블(약 154억3000만원), 유로-루블 거래는 하루 약 3억 루블이다. 하지만 위안-루블 거래의 경우 일일 거래량은 이제 정기적으로 80억 루블을 넘어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미국이 금융 시스템을 제재할 수 있다고 보고 약 2년 동안 이에 대비해 왔다. 2022년 7월 은행은 외환 시장 참여자 및 인프라 조직과 함께 다양한 제재 시나리오를 모델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대규모 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MOEX와 러시아 국립결제센터를 비롯해 러시아 개인 및 단체 300곳 이상을 제재 목록에 추가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도 2차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