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끼워주세요![이우석의 푸드로지]

2024. 6. 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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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샌드위치
1700년대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
사냥중 먹을 음식 주문한 게 시초
새우·참치·정어리 등 재료 다양
3대 영양소 골고루 있는 간편식
유대계 미국인들 크림치즈 대신
염장한 연어 등 넣은 베이글 인기
베트남선 쌀가루 추가 ‘바인미’
중국‘멘바오샤’ · 일본‘산도’ 즐겨
서울 청계천의 베이커리 카페 ‘마호가니’의 루콜라샌드위치.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직, 소풍의 계절이다. 공원엔 푸른 잔디가 깔리고 그 위에서 자리를 펴면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조르주 쇠라 작)와 같은 낭만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나라 봄 소풍에 김밥이 있다면 외국의 피크닉에선 샌드위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는 우리네 도시락처럼 ‘어머니(혹은 아내)의 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러 영화에 등장한 샌드위치를 주인공 삼아 다룬 서적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주혜린 작)에는 다양한 사연과 스타일을 품은 샌드위치가 등장한다. 동서고금, 무대를 가리지 않고 샌드위치가 열연한다. 국내에서도 카페나 편의점을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흔한 음식이 샌드위치다. 그만큼 세계인의 일상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음식이 샌드위치다.

만들고 보관하고 먹기에도 편리하니 샌드위치는 당연히 도시락(lunch box) 메뉴로 많이 쓰였고 군대 급식으로도 유용했다. 1919년 ‘최초의 비행기 기내식’이란 역사적 지위 역시 샌드위치가 가져갔다. 고대 로마에도 빵 사이에 고기를 끼운 음식이 있었다고는 하나 현대적 의미의 샌드위치 역사는 불과 3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772년 프랑스 역사학자 피에르 장 그로슬리의 문헌에 ‘샌드위치(sandwich)’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그는 유래를 영국의 귀족 존 몬태규 샌드위치 백작에 뒀다. 앞서 푸드로지 ‘식빵’ 편에 살짝 언급한 것처럼, 평소 트럼프 게임에 단단히 빠져 있던 샌드위치 백작이 게임을 하면서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고기와 채소를 빵에 껴서 달라고 주문했다는 유명한 얘기다. 게임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도 ‘샌드위치와 같은 것’(The same as Sandwich)으로 주문했고 그래서 이름이 되었다는 설인데 이후에 밝혀진 사실은 다르다.

실제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1718∼1792)는 우리 삼도수군통제사 격인 영국 해군 총지휘관 제1해군경 출신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취미는 트럼프가 아닌 사냥이었다고 한다. 간단한 음식을 주문한 것도 격무 때문인데, 어쩌다 보니 불행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박 중독자’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에선 각종 사료가 나타남에 따라 오명을 벗은 것이며, 그의 후손이 정말로 샌드위치 사업을 해서 성공했다는 것도 위안이다.

샌드위치 백작 11세 존 몬태규는 2004년 미국 올랜도에 할아버지의 명성(?)에 아이디어를 낸 ‘얼 오브 샌드위치’(Earl of Sandwich)라는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고, 지금 세계 곳곳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도 들어와 여러 지점을 차렸다.

서울 을지로 ‘아방베이커리’의 아보카도샌드위치.

샌드위치는 이제 사람 이름이 아니라 두 겹의 빵 사이에 무언가를 끼운 음식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가 됐다. 그냥 ‘샌드(sand)’라 줄여서도 부른다. 2장의 과자(크래커) 사이에 아이스크림이나 땅콩버터가 들어가도 아이스크림 샌드, 땅콩 샌드라 한다. 패널 두 장을 붙인 것도 요즘 화재 사고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과자 이름 중 ‘산도’는 일본인이 샌드를 부르던 발음이다. 뭔가에 양쪽에 끼인 상태를 이를 때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란 말도 있다. 부모와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낀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뻥튀기’ ‘이것저것 짬뽕’처럼 일상에 관용구로 많이 쓰이는 음식 이름이 샌드위치다. (이름의 주인인 샌드위치 백작은 여러모로 고생 중이다)

샌드위치 중 한 종류인 버거(burger) 역시 함부르크 방식(Hamburger)이라는 고유명사(지명)에서 나온 이름이지만 줄여서 부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되면서 나름대로 철저히 자기 의미를 지킨다는 것. 햄버거 중에서도 쇠고기 패티를 쓰지 않으면, ‘버거’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국내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치킨버거, 피시버거라 하지만 미국에선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치킨 샌드위치, 피시 샌드위치라 구분해서 부른다.

샌드위치는 핫도그와는 형식이 또 다르다. 빵 사이를 C자 모양으로 잘라내 소시지, 채소 등 내용물을 채운 것이 핫도그라 빵을 2장으로 잘라내야 하는 샌드위치의 원리에는 어긋난다. 대신 햄버거는 분명히 샌드위치의 범주에 속하는 음식이다.

샌드위치 하면 식빵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사실 빵은 어떤 종류를 써도 상관없다. 지역별로 각자 먹는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프랑스인들은 대개 딱딱한 바게트로 만드는 것이 원칙인데, 요즘은 크루아상을 써도 상드위치(샌드위치)라 부른다. 햄(jambon)과 버터(beurre)만 바게트에 채워 넣은 간단한 샌드위치는 따로 잠봉뵈르라 부른다. 프랑스 영향을 받은 베트남에선 쌀가루를 넣은 바게트에 고기와 채소를 끼운 바인미(banh mi)가 아시아 샌드위치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런치박스의 단골 메뉴인 샌드위치라 점심에 주로 먹는 데 반해, 바인미는 보통 아침 식사로 먹는 것이 이례적이다.

노르웨이 베르겐의 정통 오픈샌드위치.

유대계 미국인들은 코셔 계율(한 가축의 고기와 젖을 함께 먹을 수 없다)에 따라 크림치즈를 포기할 수 없었던 대신 염장 연어 등 생선 종류를 넣은 베이글(bagel) 샌드위치를 고안해서 팔았는데 이게 뉴욕의 명물이 됐다.(비유대인들은 고기 종류를 넣기도 한다) 이탈리아인은 샌드위치를 프레스로 눌러 구워낸 파니니(panini)를 만들어 먹고, 또 반죽에 올리브유를 넣은 치아바타를 사용해 존득한 식감의 샌드위치를 즐긴다.

샌드위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채소의 섬유소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어 꽤 영양 균형을 이룬 음식이다. 따지고 보면 만두나 김밥과도 마찬가지 원리다.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데는 다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빵에 넣는 재료 역시 천차만별이다. 우선 단백질, 고기를 볶아 넣고 햄이나 소시지를 잘라 넣기도 한다. 여기다 유제품이 들어가며 맛과 영양을 업그레이드시킨다. 나라별로 다양한 치즈를 활용해 만든다. 튀르키예처럼 구운 생선(고등어)을 넣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새우, 참치, 연어, 오징어, 정어리, 안초비, 헤링(청어절임) 등 유럽에선 실로 다양한 해산물을 샌드위치에 넣고 있다.

유명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를 가보면 알겠지만, 안에 넣는 소스도 아주 다양하다. 엄청난 조합이 가능하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도 짭조름한 소스류부터 달콤한 크림버터, 마요네즈, 카야잼 등 취향에 따라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1947년 개업한 대만의 유명 샌드위치 체인 ‘홍루이젠’의 경우 보통 달달한 크림버터나 블루베리잼을 넣어 단맛을 즐기기에 좋다.

빵은 2장을 기본(클로즈드 샌드위치)으로 하는데 3장짜리도 있고 한 장에 재료만 토핑해서 먹는 오픈 샌드위치도 있다. 오픈 샌드위치는 속재료보다 밀이 귀한 북유럽에서 나왔다고 한다. 샌드위치를 온도로 나누자면 크게 2종류다. 불에 익힌 재료를 넣어 따뜻한 상태에서 먹는 핫 샌드위치와 채소와 햄, 치즈 등 재료를 그대로 넣은 콜드 샌드위치로 나눌 수 있다.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를 굽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크로크무슈(croque-monsieur)는 ‘바삭한 아저씨’란 뜻으로 옛날 광부들이 탄좌에서 일하다 차갑게 식은 샌드위치를 화덕에 다시 올려 구워 먹은 데서 유래했다. 파니니 역시 구워서 뜨겁게 먹는다. 샌드위치를 다시 튀긴 것은 따로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라고 한다.

서울 목동 ‘강릉스낵’의 달걀말이를 끼운 산도(샌드위치).

모양으로 분류한 종류도 있다. 사각형 식빵이 아닌 바게트 등 기다란 빵에 끼운 샌드위치는 잠수함을 닮았대서 서브마린 샌드위치(submarine sandwich)라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써브웨이’는 지하철이 아니라 사실 서브마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샌드위치 전문점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써브웨이는 빵 크기부터 고기, 치즈, 채소, 소스, 굽기 등을 모두 선택 주문하기에 처음 이용객에겐 다소 생소하고 어렵다. 하지만 요즘엔 알아서 조합해주는 ‘썹픽’이 등장하면서 중년층에게도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름으로 치자면 클럽 샌드위치도 유명하다. 빵 3장에 신선한 채소와 햄, 치즈 등을 2층으로 끼운 구성으로 1894년 미국 뉴욕의 도박장 사라토라 클럽하우스에서 처음 생겨난 것이라 이 같은 이름으로 퍼졌다. BLT 샌드위치도 자주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베이컨(bacon), 양상추(lettuce), 토마토(tomato)를 넣어 BLT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Philly cheese steak)는 슬라이스한 고기를 구워 치즈와 함께 빵에 끼운 형태로, 수많은 샌드위치 종류 중에서도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멘바오샤(面包蝦) 역시 새우가 든 샌드위치를 튀겨낸 음식으로 볼 수 있고, 마카오의 돼지고기 햄버거인 주바바오(猪배包)도 조리 원리는 비슷하지만, 빵을 다 자르지 않고 핫도그처럼 C자로 갈랐기 때문에 사문난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산도(샌드위치)는 돈가스나 달걀부침, 스크램블드에그 등 재료 하나만 넣은 것이 많다. 돈가스를 넣은 것은 가쓰산도, 달걀은 타마고산도 등으로 부른다. 우리로 따지자면 볶음 자장면 격인 야키소바를 빵에 넣은 것도 있다. 이처럼 샌드위치 자체 조리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로 엄청난 조합이 가능하다. 무엇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 장마가 오기 전에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샌드위치 피크닉 박스를 만들어 슬쩍 나가봄 직한 초여름의 오후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마호가니 광화문 = 도심 속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커다란 크루아상을 사용한 샌드위치를 판다. 그때그때 만들어 항상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햄과 치즈에 루콜라 생잎을 넣어 최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빵은 바삭하고도 부드럽다. 입안에서 섞이는 적당한 염도는 만족스럽고 맛과 양 어느 하나 모자라지 않는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24. 9000원.

◇안엠관 = 베트남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 부드럽고도 바삭한 바인미를 판다. 고기와 채소를 볶아 넣고 매콤한 피시소스를 곁들인 바인미는 기본을 제대로 지켰다. 한입 베어물면 베트남 특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쌀국수와 반쎄오, 껌땀, 분짜 등 다른 메뉴들은 현지 스타일과 가까우면서도 모든 면면이 고급스러운 버전이다. 파주시 동패로63번길 47 1층. 9500원.

◇오프빗샐러드&베이글샌드위치 = 베이글 샌드위치를 판다. 잠봉뵈르처럼 고메버터와 햄, 치즈를 넣은 잠봉고메가 시그니처 상품이다. 쫄깃한 베이글을 쓰는데, 햄과 치즈가 두툼하게 들어 전체적으로 단단하지 않게 느껴진다. 뉴욕 스타일의 정석대로 생연어와 크림치즈를 넣었다. 소스(홀그레인)도 과하지 않은 편.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 240. 8500원.

◇강릉스낵 = 다양한 생선회와 일반 횟집에선 구경하기 힘든 제철 해산물을 내는 집인데 달걀말이를 끼운 산도(샌드위치)가 별미다. 식빵 일식 조리법대로 달콤하고 부드럽게 부쳐낸 달걀만으로도 충분한데 이걸 빵가루까지 입혀 다시 한번 튀겼다. 덕분에 튀김옷을 깨물면 부드러운 달걀이 톡 터지는 식감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228-2. 1만2000원.

◇아방베이커리 을지로 DGB점 = 다양한 빵과 샌드위치를 판다. 카페보다는 출출할 때 찾게 되는 도심 속 베이커리라 보면 된다. 치아바타 빵을 쓴 샌드위치가 인기다. 햄과 치즈, 계란, 토마토, 양파 등을 기본으로 아보카도와 바질 등 맛난 것만 쏙쏙 골라 넣었다. 치아바타 특유의 존득한 식감이 여러 재료의 톡톡 튀는 개성을 감싸 안는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12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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