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명령으로 만든 ‘국민 오페라’… 일반 시민도 즐기게 돼[이 남자의 클래식]

2024. 6. 13.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이 두 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내내 자막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극의 내용과 줄거리를 쫓다 보면 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던 요제프 2세는 귀족들만의 유희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 했다.

모차르트는 당시 오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심벌즈, 트라이앵글, 피콜로 등의 악기를 등장시킴으로써 튀르키예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 남자의 클래식 - 모차르트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요제프 2세 “독일어로 만들어
귀족들만 즐기지 않게 해야”
궁정음악가 벗어난 모차르트
열정 넘치며 ‘노래연극’ 작곡
심벌즈·피콜로 등 악기 등장
튀르키예 이국적 분위기 구현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무대 위에선 음악뿐 아니라 연극과 무용, 무대 미술, 의상, 조명 등 갖가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 오페라를 두고 ‘지상에서 펼쳐지는 가장 사치스러운 유희’라 일컫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지상에서 가장 비싼 수면제’로 불리기도 한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이 두 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내내 자막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극의 내용과 줄거리를 쫓다 보면 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추측건대 오페라가 잠을 부르는 이유는 아마도 대부분의 오페라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로 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40여 년 전 오스트리아에서도 외국어로 된 오페라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탄생한 오페라가 있으니 바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Die Entfuhrung aus dem Serail KV 384’이다.

1781년 당시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는 계몽 군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던 요제프 2세는 귀족들만의 유희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 했다. 황제는 즉각 모차르트를 소환해 새로운 오페라 한 편의 작곡을 위촉하며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가 아닌 반드시 자국어인 독일어로 작곡할 것’.

당시 25세의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의 지긋지긋했던 궁정음악가의 옷을 벗어 던지고, 빈에서 새롭게 자유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모차르트에게 있어 인생 중 가장 행복했고 열정이 넘치던 시기에 들어온 황제의 제안은 그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의 소재를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브레츠너가 쓴 ‘벨몬테와 콘스탄체’에서 가져왔다. 터키의 하렘(harem, 후궁(後宮))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대본가 고틀리프 슈테파니에게 오페라에 맞게 각색하도록 했다. 마침내 모든 시민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독일어로 작곡한 징슈필(Singspiel)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이 나왔다.

징슈필이란 ‘노래’라는 의미의 독일어인 징(sing)과 ‘연극’을 뜻하는 슈필(Spiel)의 합성어로 독일어로 된 연극적 요소가 강한 민속적 내용의 오페라를 뜻한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벨몬테의 약혼녀 콘스탄체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도중 해적들에게 납치돼 튀르키예의 태수인 파샤 젤림에게 팔려가게 된다. 벨몬테는 납치된 약혼녀를 구출하기 위해 건축기사로 위장해 태수의 여인들이 모여 사는 금단의 장소 ‘하렘’에 잠입한다. 마침내 벨몬테는 콘스탄체와 재회하게 되지만, 이내 발각돼 두 사람에겐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하지만 잔학하기만 할 것 같았던 튀르키예의 태수는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에 감동하게 되고 형을 사면해 자유의 몸으로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모차르트는 당시 오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심벌즈, 트라이앵글, 피콜로 등의 악기를 등장시킴으로써 튀르키예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어떠한 형벌이 가해지더라도’

총 3막 27장 중 2막에서 콘스탄체가 부르는 아리아로 오페라의 백미다. 파샤 젤림은 자신의 어떠한 구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콘스탄체에게 협박을 가한다. 자신의 사랑을 외면한다면 극도의 고통을 안겨 주겠다고 말이다. 콘스탄체가 “어떤 고문이 내려진다 해도 나는 웃을 거예요. 어떠한 고통도 나의 마음을 바꿀 순 없어요”라며 단호하게 부르는 아리아로 무려 10여 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