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편의점’ … 원하는 상품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 ‘하이패스 쇼핑’ [AI 혁명, 현장을 가다]
카메라가 방문객 행동 인식하고
무게감지 센서는 상품 이동 파악
매장별 상품 추천·최적 진열 등
내달 전국 편의점에 도입할 예정
그룹 사장단 ‘AI 디지털 협의체’
매분기 개최해 업무혁신 가속화
“따로 계산대에서 돈을 내지 않아도 결제가 알아서 자동으로 되네.”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GS25 가산스마트점에서 장을 보고 나서는 방문객들은 연신 “신기하다”며 감탄을 내뱉었다. 이곳은 GS리테일이 지난 10월 첫선을 보인 인공지능(AI) 편의점이다. 스마트폰 QR코드 등을 통해 입장하고 원하는 상품을 들고나오면 결제가 자동으로 되는 이른바 ‘테이크 앤드 고(Take & Go)’ 편의점이다. 출입부터 접객, 상품 구매, 결제 등 편의점 소비 전 과정이 AI 솔루션만으로 운영된다.
이 매장에서는 내부에 설치된 60대의 AI 카메라가 방문객의 행동을 인식하고 상품 매대별로 장착된 19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상품 이동 정보를 실시간 수집,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골랐는지 판단한다. 이어 고객이 선택한 물건을 들고 전용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AI 결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제 처리하고 모바일 영수증을 제공한다. ‘1+1’, 가격할인 등 각종 구매 혜택도 자동으로 반영된다. 고객이 미처 챙기지 못한 증정품은 앱 보관시스템인 ‘나만의 냉장고’에 저장해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GS리테일이 이처럼 AI 기술을 편의점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특명 때문이다. 허 회장은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GS그룹 해외 사장단 회의에서 “AI를 알고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기조에 발맞춰 GS리테일은 전국 편의점에 AI 기술을 본격 확대 적용해 나가고 있다. 먼저 GS리테일은 오는 7월 ‘AI 편의점 파트너’ 시스템을 전국 편의점에 도입한다. AI 편의점 파트너는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편의점 매장별로 상품 추천, 최적의 매대 진열, 수요 예측 발주량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AI 편의점 파트너’ 시스템을 출시하고 전국 1만8000여 GS편의점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유통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 활용 여부가 직원 업무 능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GS GenAI 커넥트 데이’를 개최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개선 경험 및 기술 노하우를 공유했다.
행사에는 GS칼텍스와 GS리테일, GS건설, GS EPS 등 여러 계열사에서 모인 68명의 직원이 참석했다. 정보기술(IT) 관련 부서 직원(28명)보다 IT와 관계없는 일반 부서 직원(40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은 생성형 AI 관련 응용 프로그램과 업무 개선 프로젝트 경험을 나눴다. 행사를 기획한 허영수 GS그룹 매니저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상이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만으로 자발적 행사를 치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허 회장도 2024 신년 경영 방침 발표에서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직접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사 전반에서 많은 임직원이 생성형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함으로써 업무 혁신을 가속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고위 경영진들도 AI 전도사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최근 GS그룹은 그룹 내 사장단이 모두 참여하는 ‘AI 디지털 협의체’를 매 분기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장단이 직접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외부 강의와 사내 혁신 사례 발표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각 계열사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도록 적극 독려 중인 허 회장은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고충사항)’를 해결하는 것이 곧 사업의 본질이며, 생성형 AI와 같은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룰 수 있느냐가 앞으로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생성형 AI가 고객과 자신의 업무를 연결하는 지름길이라는 열린 자세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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