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믈리에’ … 모션캡처 기술 입고 ‘베테랑급 와인 디캔팅’ [AI 혁명, 현장을 가다]

장병철 기자 2024. 6. 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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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혁명, 현장을 가다 - (7) 한화그룹
불순물 제거·공기 접촉 과정 등
사람동작 학습해서 그대로 재현
3D카메라·딥러닝 적용 ‘AI 비전’
로봇 다양한 업무 수행 가능케해
R&D·공장 모니터링도 AI 활용
신소재 개발 기간↓· 생산효율↑
한화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협동로봇 ‘소믈리에 비노봇’이 특급호텔 소믈리에의 와인 디캔팅 기술을 재현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와인 풍미가 훨씬 깊어진 것 같아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에 참가한 한 관람객은 한화로보틱스 부스에서 ‘소믈리에 비노봇’이 ‘디캔팅(와인의 향을 살리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다른 병에 옮기는 것)’한 와인을 시음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급호텔 소믈리에의 와인 디캔팅을 그대로 재현한 ‘소믈리에 비노봇’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는데, 또 다른 관람객은 부스를 돌아본 뒤 “일상 곳곳에 로봇이 함께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믈리에 비노봇이 호텔 소믈리에 못지않은 디캔팅 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이다. 한화로보틱스는 AI가 사람의 동작을 학습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실제 소믈리에가 와인의 불순물을 거르고 공기와 접촉시키는 과정을 협동로봇에 그대로 구현했다.

한화로보틱스는 이번 행사에서 협동로봇에 ‘AI 비전(시각 기술)’ 등 자체 보유 기술을 적용한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AI 비전’은 3D 카메라와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다양한 환경에서 로봇의 업무 수행을 돕는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이 불규칙한 모양으로 쌓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복잡한 조작 없이 반듯하게 정렬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AI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에 참가한 한화로보틱스의 전시장 모습. 한화그룹 제공

AI 기술이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한화로보틱스를 비롯한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다양한 AI 관련 기술을 속속 도입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사업장을 방문해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차별성과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 변화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화의 미래를 준비하자”며 AI와 무인 기반 미래 전장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최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AI 테크 센싱 플랫폼(Tech Sensing Platform·AI TSP)’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TSP는 국내 최초의 클라우드 환경 기반 R&D 전문 검색 플랫폼이다. 기술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논문·특허·보고서와 내부의 R&D 현황을 결합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R&D 전용 플랫폼을 통해 한 번의 클릭으로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관련 기술과 시장 동향 분석을 빠른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어 R&D 작업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화학 물질 데이터를 통해 화학식을 이해할 수 있는 초거래 AI도 개발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는 AI를 만드는 기술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다양한 신소재 개발 과정에 적용하기 위해 학술데이터베이스에서 1억 개 이상의 화학식을 수집해 AI를 학습시켰다.

한화솔루션 AI는 실험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신소재 후보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빠른 속도로 예측, 상업화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소재 개발을 위해 AI 활용 시 각 물질의 조합 구성과 비율 등에 따른 결과물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7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신규 촉매 개발이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한화솔루션은 기대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T)’ 혁신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한화토탈에너지스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DT 분야는 ‘디지털 트윈’이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동일한 가상 공장을 구축하고,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통해 실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가상 공장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현실의 상황을 가상의 공장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공정·품질·설비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예측을 통한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장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생산 효율성과 업무 유연성은 높이면서도 안전사고, 공장 트러블 등은 없는 ‘스마트 컴퍼니’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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