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인간관계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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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는 반드시 피로감이 따르는 탓일까? 여가 시간에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포근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속 편하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같이’ 있는 시간보다 맘 편하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그럼에도 우리 삶은 인간관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최근 각종 유튜브 채널과 다수의 방송 매체에서 조곤조곤하지만 속 시원한 촌철살인 강의로 화제가 되고 있는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인간사에서 필연적으로 맺는 관계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마음이 복잡한 이들을 위한 최명기 원장의 ‘사이다’ 같은 지침이 여기 있다.
잘 보이려 노력하지 마세요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면 행복해지고, 미움을 받으면 불행해지는 것이 사람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나에 대해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해 매긴 값이 ‘자존감’이라는 의미예요. 그런데 나에 대한 평가에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평가도 포함돼요. 그래서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간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과거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일상과 일터에서 사람들과의 협동이 필수인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소속된 곳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참고 견디는 것을 당연시했어요. 또 가족 수에 비해 좁은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정에서도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기본이었죠. 어디에서든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을 수 없었던 환경이었어요. 지금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요. 팀에 소속돼도 업무가 분리된 경우가 많고, 조직 안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예요. 가정에서도 각자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죠. 누군가는 이런 변화를 이기주의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을 따질 건 아니에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누구에게는 변화가 반갑고, 누구에게는 불편할 뿐이니까요.
직장인 관점에서는 그것 역시 인간관계에 대한 염증에서 나온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인간관계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했어요. 앞서 언급했듯 그런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에요. 한번 맺은 인간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에는 인간관계가 멍에였죠. 요즘 세대는 점점 인간관계에 의해 내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주도하며 컨트롤해요. 보다 능동적으로 관계를 이끌어가게 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변화죠.
돌이켜보면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좋은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가르침을 은연중에 받았던 것 같아요.
한 번쯤은 부모님으로부터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일례로 밤늦게까지 친구와 어울리다 집에 들어오면 부모는 도대체 누구와 이 밤까지 어울렸는지 물어보고 그런 친구와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말하죠. 하지만 정작 인간관계가 왜 중요한지,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은 부족해요.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은 무조건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함을 의미하지 않아요.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반대로 나와 안 맞는 사람,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과 잘 끊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한쪽의 반복된 희생이 갈등의 씨앗이 돼요. 보통 인간관계는 내가 편하면 타인이 불편하고, 타인이 불편하면 내가 편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서로에게 맞추고 균형을 찾아야 건강한 관계인데, 그렇지 못해 균열이 발생하죠. 타인이 나를 계속 좋아하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문제입니다. 타인이 싫어할 짓을 하면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게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하죠. 결론적으로 인간관계에 적절한 ‘기브 앤드 테이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면 잡음이 일곤 합니다.
특히 가족 간의 갈등은 골이 더 깊습니다.
가족은 다른 인간관계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가족이라면 맹목적으로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여겨요. 가족과의 관계에선 사랑받고 싶은 사람밖에 없으니 사랑을 줄 사람이 없는 상태가 돼요. 같은 맥락으로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가족은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다들 용서받고자만 하면 용서할 사람 또한 없겠죠? 결국 행위의 주체자가 없으니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갈등이 깊어지죠.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행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특히 갈등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이 나라면, 어느 정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해요. 이때 인내하는 시간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들면, 진정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가족끼리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나 행동을 꼽으면요?
밖에서 해선 안 되는 말과 행동은 집에서도 해서는 안 됩니다. 밖에서 누군가를 모독하면 모독죄로 처벌을 받죠. 집에서도 누군가를 모독하면 그에 상응하는 잘못을 저지른 거예요. 밖에서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큰 소리를 지르면 처벌을 받듯이 집에서도 누군가에게 큰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최명기 마음 경영 전문의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지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 한국으로 돌아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이력을 살려 마음 경영을 연구했으며,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과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을 지내며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김태이(프리랜서) | 사진 : 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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