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의 공화당이 극우와 연대라니" 프랑스 정치권 발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랑스 공화당이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통 보수 우파를 자처하던 공화당이 좁아진 입지에 "극우와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오랜 금기마저 깨자 당 안팎은 충격에 휩싸였다.
에리크 시오티 프랑스 공화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예정된 조기 총선에서 극우 RN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혼 팔았다" 당 대표 전격 '제명'
좌파 정당들도 연대... 反극우 시위도
프랑스 공화당이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통 보수 우파를 자처하던 공화당이 좁아진 입지에 "극우와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오랜 금기마저 깨자 당 안팎은 충격에 휩싸였다. '대세'로 떠오른 RN에 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가 정당 간 합종연횡을 부추기면서 프랑스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극우와 연대 선언 공화당
에리크 시오티 프랑스 공화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예정된 조기 총선에서 극우 RN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를 위협하는 좌파와 중도파를 막기엔 공화당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화당이 극우 정당과 연대를 꾀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시오티 대표는 강경한 이민 정책을 강조하는 등 보수당 내에서도 오른쪽에 치우친 인물로 평가되지만, 지금껏 프랑스 주류 정당들은 RN의 전신이던 극우정파를 기피 대상으로 봐 왔다.
이러한 연대 제안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약진이 예상되는 RN과 손잡고 한 표라도 더 얻자는 취지다. 총 577석인 프랑스 하원에서 공화당 의석수는 61석에 불과하다.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7.25% 득표율로 고전했다. 반면 RN은 당시 31.4%를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프랑스 극우의 기수이자 RN의 하원 원내대표 마린 르펜은 "용기 있는 선택"이라며 시오티 대표의 결정을 환영했다.
당 대표 전격 '제명'
하지만 공화당 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아무리 공화당 존재감이 예전만 못해도 정통 보수 우파를 자처하면서 극우와 협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 공화당은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과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을 배출하며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정당이다. 정통 보수 우파 정당으로서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공화당은 12일(현지시간) 긴급 정치국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시오티 대표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공화당 고위 인사인 그자비에 벨트랑은 시오티 대표를 향해 "극우와 협력을 선택한 것은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시오티 대표가 자신의 영혼을 팔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공화당 출신 현직 장관 7명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드골 장군의 후계자들이 세운 이 당의 모든 것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시오티 대표의 발표를 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 영국 등이 나치 독일과 맺은 '뮌헨협정(1938년)'에 비유하기도 했다.
좌파 정당들도 연대 분주
RN 약진에 맞서 좌파 진영도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대표 4개 정당은 지난 10일 '인민 전선'을 구축했고 정당 간 선거구 배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도 좌파(사회당) 및 중도 우파(공화당) 세력을 결집해 총선에서 RN을 누르고 승리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곳곳에선 RN의 선거 승리에 항의하는 좌파 진영의 규탄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10일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경찰 추산 3,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극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장 마지막에 덮친 가장 큰 파도… 이재명 조이는 '쌍방울 제3자 뇌물죄' | 한국일보
- 여자 노인만 차로 덮쳐 살해...시청률 터진 교통사고 범죄수사극 '크래시', 소재부터 다르다 | 한
- “손흥민이 도발했다”… 중국 야유에 '3대 0' 손동작 의미는 | 한국일보
- 다니엘 헤니, 13세 연하 아내와 '길거리 뽀뽀' 화제 | 한국일보
- "포장해 가면 할인 대신 수수료 내라?"… 배민 6.8% 중개료에 열받은 여론 | 한국일보
- 박명수, 인도서 인종차별 당했다…럭키 "예의 지켜라" ('위대한 가이드') | 한국일보
- [단독] '27년 베테랑의 힘'… 3년째 장기미제, 법원장이 한달 만에 해결 | 한국일보
- 영탁 허락 없이 '영탁 막걸리' 이름 못 쓴다…막걸리업체와 상표권분쟁 소송서 이겼다 | 한국일
- "밀양 성폭행 가해자, 여기 삽니다"… 김해 아파트 민원 폭주 | 한국일보
- 정형돈 아내 "딸, 각막 손상으로 위급한 상황 겪어" 자책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