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더 던질 수 있는데도…" 김경문 감독도 경의 표한 류현진, 안 돌아왔으면 한화 어쩔 뻔했나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66)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 때 선수단 대표로 참석한 류현진(37)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현진이한테 꽃다발을 다 받아보네”라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김 감독은 취임식 첫머리부터 류현진을 언급하며 “2008년 현진이 덕으로 금메달도 따고 큰일이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2008년 김 감독이 이끈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서 류현진은 예선 캐나다전 1-0 완봉승에 이어서 결승 쿠바전에도 8⅓이닝 122구 2실점 호투로 금메달을 이끌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베이징의 여름을 함께한 두 사람이 16년의 세월이 흘러 한화에서 재회했다. 김 감독은 “현진이를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며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이 류현진에게 고마운 것은 올림픽 금메달 때문만은 아니다. 김 감독은 “현진이가 미국에서 더 던질 수 있는데도 돌아왔다. 미국에서 던질 수 없는 상황에서 돌아온 것과 다르다. 나도 미국에 있을 때 들었는데 1+1년 계약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데 한화에 오기로 결정했다. 지금 우리 한화 팬분들이 이렇게 광적으로 응원해주시는 것도 현진이가 돌아와준 것이 크지 않나”라고 경의를 표했다.
실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몇 가지 오퍼를 받았다.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메이저리그 계약은 어렵지 않았지만 1년 단기 계약을 고수하며 연봉 기준을 높인 류현진은 자신의 조건을 고수했고, 고심 끝에 한국 복귀를 결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2선발은 아니어도 3~5선발로 아직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수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금전적인 조건으로나 선수로서 자존심으로 보나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친정팀 한화는 물론 KBO리그도 류현진의 복귀로 역대 최고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성적도 류현진다워지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12년 만에 다시 만난 국내 타자들의 대응법에 고전했다. 공격적으로 승부를 들어가다 배트에 갖다 맞히는 컨택에 당하면서 집중타를 맞았다. 낯선 ABS존에 타구 운도 따르지 않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지만 적응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5월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더니 이제 완전히 류현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록의 변화가 말해준다. 시즌 첫 8경기에선 2승4패 평균자책점 5.65로 흔들렸지만 이후 5경기에선 2승 평균자책점 0.93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도 13경기(72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3.75 탈삼진 59개. 퀄리티 스타트도 8번이다. 어느덧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9위로 국내 투수 4위.
김경문 감독 부임 후에는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일 수원 KT전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둔 뒤 12일 잠실 두산전도 6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무자책)으로 막았다. 7회 김규연이 1루수 안치홍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하면서 승리가 날아갔지만 류현진은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안정감을 이어갔다.
이날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4km 직구(32개) 중심으로 체인지업, 커터(이상 19개), 커브(13개)를 섞어 던졌다. 날이 더워지면서 직구 구속도 점점 더 오르고 있고, 전반적인 투구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 한화도 류현진이 선발로 나온 13경기에서 7승5패1무(승률 .583)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52경기 22승29패1무(승률 .431)보다 1할5푼 이상 높은 승률로 류현진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 등판이 취소된 것을 빼곤 선발 로테이션도 빠지지 않았다. 한화 선발투수 중 개막부터 유일하게 엔트리 말소 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것도 팀에는 크다. 류현진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한화는 아마 순위표 맨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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