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58년을 기다린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 첫 유로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

정지훈 기자 2024. 6. 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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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58년.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잉글랜드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기간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는 잉글랜드에 있어 첫 유로 우승을 위한 최고의 기회다.


유로 2024가 오는 14일부터 7월 14일(현지시간)까지 독일의 베를린 외 9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유로 대회에는 유럽의 24개국이 참가한다. 슬로베니아, 덴마크, 세르비아와 함께 C조에 포함된 잉글랜드는 17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의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벨틴스 아레나에서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전은 잉글랜드를 위한 최고의 무대였다. 자국에서 열린 결승전,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절정에 오른 선수들의 활약까지 모든 것이 잉글랜드의 우승을 가리키고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Football is coming home!(축구가 집으로 온다!)”이라고 외치며 간절히 잉글랜드의 우승을 염원했다. 그러나 승자는 이탈리아였고, 결승전 후 레오나르도 보누치는 카메라에 대고 “It’s coming to Rome!(축구가 로마로 돌아왔다!)”라고 외쳤다. 잉글랜드가 다시 ‘만년 우승후보’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젠 정말 때가 왔다.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이후 아직 우승컵은 없지만 월드컵과 유로에서 상위 토너먼트까지 꾸준히 진출해왔다. 또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펼친 활약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대표팀 명단? 화려함 그 자체다. 이젠 정말 우승할 차례가 왔다. 이제부터 잉글랜드가 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 화려한 스쿼드 + 다재다능함


지난 7일 발표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을 보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바로 ‘화려함’이다. 잉글랜드의 공격진과 중원은 그 어떤 나라들보다 화려하다.


잉글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진이다. 이번 시즌 생애 첫 유러피언 골든슈를 수상한 해리 케인을 필두로 2선에는 필 포든, 콜 파머, 부카요 사카가 포진해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4연속 리그 우승에 엄청난 공을 세운 포든, 아스널의 선전을 이끈 사카, 리그 최다 공격포인트(22골 11도움)를 기록한 파머가 함께 있는 잉글랜드 2선이다. 이에 더해 중원에는 전 세계 최정상급 미드필더인 데클란 라이스와 주드 벨링엄이 건재하다.


잉글랜드 공격진과 중원의 진정한 강점은 단순히 이번 시즌 선수들의 맹활약만이 아니다. 바로 선수들의 ‘다재다능함’이다. 포든과 파머는 2선 모든 위치에서 뛸 수 있다. 이미 소속팀에서 다양한 위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라이스는 아스널에서 원 볼란치, 투 볼란치, 박스 투 박스 등 다양한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왜 자신이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지 증명했다. 벨링엄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많은 득점을 올리며 공격적인 재능을 꽃피웠다.


그러나 잉글랜드 중원의 또 다른 핵심은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다. 아놀드는 본래 리버풀에서 우측 풀백에서 뛰는 선수지만 종종 미드필더로도 출전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었다. 정교한 킥과 강력한 슈팅을 가진 아놀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놀드의 미드필더 활용은 지난 4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펼쳐진 잉글랜드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이날 경기에서 아놀드는 미드필더로 출전해 코너 갤러거와 호흡을 맞췄다. 중원에서 롱킥으로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관여하며 여러 차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수비진에 변화를 주며 아놀드를 우측 풀백으로 내렸지만 풀백의 위치에서도 1골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아놀드는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 8.5점을 받으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이렇듯 잉글랜드의 공격진과 중원의 모든 선수가 다양한 위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다. 부상이나 전술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에서 멀티 포지셔닝 능력은 변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강점이 된다. 그렇기에 다양한 위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가장 많은 잉글랜드야말로 이번 유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약한 수비진? NO! 이미 ‘검증된’ 수비진



분명 잉글랜드의 공격진과 중원은 누구 하나 빼놓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잉글랜드의 약점으로 수비를 지목한다.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우승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잉글랜드의 수비진은 절대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의 수문장 조던 픽포드는 소속팀 에버턴의 순위와는 별개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에버턴은 15위라는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픽포드 키퍼는 총 13차례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이는 16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한 아스널의 다비드 라야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스널과 에버턴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픽포드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쇼-스톤스-매과이어-워커’로 이어지는 잉글랜드의 수비진은 지난 유로 2020부터 카타르 월드컵까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 그리고 이 수비진은 유로 2020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총 2실점밖에 하지 않았으며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8강까지 5경기에서 4실점만을 내줬다.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4실점은 1차전 이란을 상대로 2골을 내준 이후로 16강까지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다시 말해, 잉글랜드의 수비진은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수비진이다.


비록 매과이어가 부상으로 인해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지만, 매과이어의 공백을 메워줄 ‘마크 게히’가 있다. 게히는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 센터백으로, 이번 시즌 경기당 4.8회의 리커버리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다. 볼 컨트롤 능력 또한 우수하여 리그 최종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출전했다. 매과이어가 느린 스피드로 비판받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게히의 존재는 매과이어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미 보스니아전에서 게히를 출전시키며 기량을 점검했다. 또한 부상 우려가 있는 쇼의 대안으로 트리피어와 콘사를 왼쪽에 기용하며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왼쪽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고메스도 빠뜨려선 안 된다. 또한 상대가 약체인 보스니아였다고는 하나, 새로운 자원들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주도하며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경험의 축적, 이젠 우승을 바라볼 때



잉글랜드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유로 2020 결승 진출,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까지 계속해서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말 그대로 ‘우승만 없다’뿐이지, 잉글랜드가 강팀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앞선 대회들에서의 탈락은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축적됐다. 좋든 싫든 탈락을 거듭하며 우승에 필요한 경험을 체득했다.


지난 5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UEFA.tv’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정말 큰 녹아웃 게임을 경험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유럽 챔피언이 되기까지 한 발 더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팀으로서 그것은 정신적인 도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고 밝히며 정신적인 무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잉글랜드의 우승은 정신적인 도약이라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말처럼, 잉글랜드의 우승 여부는 스쿼드의 문제가 아닌 선수들의 정신적인 무장에 달려있다. 대표팀의 퀄리티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다. 여러 차례의 탈락으로 동기부여 역시 확실하다. 이제는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우승을 차지할 기회다.


이번에야말로 잉글랜드가 ‘Football is coming home’을 외칠 때다.



글=‘IF 기자단’ 3기 원준호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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