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선수 생활 끝내면 안 될 선수" 명장의 뭉클한 한마디, 기사 본 이재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김경문(66)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베테랑들을 적극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김경문 감독의 의중이 바로 나타났는데, 바로 포수 이재원(36)이다. 이재원은 사령탑의 믿음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재원은 지난 9일 1군에 콜업됐다. 콜업날 김경문 감독은 우타 대타 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안방마님 최재훈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9일 대전 NC전 2회 홈으로 파고들아 발목을 살짝 다쳤다.
그리고 11일 잠실 두산전 4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왼쪽 허벅지에도 불편함을 느꼈다.
결국 12일 경기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7경기 연속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최재훈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만큼 휴식을 취해줄 때가 됐다.
최재훈의 공백을 메울 선수는 있다. 바로 이재원이다. 1군에 올라온 뒤 11일 경기서 교체 출전해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공격력도 뽐냈다.
그렇게 눈도장을 찍은 이재원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재원 활약에 대해 "이재원이 야구를 잘했던 선수 아니냐. 그렇게 소홀하게 (현역 생활을) 끝내면 안 될 선수다"라고 감싼 뒤 "내가 도와줄 건 도와주고, 분발하게 시키려 한다. 어제 치는 거나 스로인하는 걸 보니 충분히 더 할 수 있겠더라. 그러면 나한테도 좋고, 팀에도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이재원도 류현진을 비롯해 선수들하고 그전에도 호흡을 맞췄더라"며 "이재원을 조금 더 기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재훈 선수도 더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의 믿음대로 이날도 이재원은 공수에서 활약했다.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6이닝 2실점을 합작했다. 특히 3회에는 도루 1위 조수행의 2루 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공격에서도 좋았다. 4회 추가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날렸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쳐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그리고 3-3으로 맞선 9회 선두타자로 나와 3안타를 기록했다. 이재원의 3안타는 2021년 9월 23일 롯데전 이후 993일 만이다.
이재원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6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인천 동산고 류현진 대신 선택을 받았을 정도로 기대감이 컸었다.
2014년 주전 포수로 도약한 이재원은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4년 69억원의 FA 계약을 따냈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5차례를 경험한 베테랑 포수다.
지난해까지 한 팀에서만 17시즌, 18년을 뛰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SSG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지난 시즌 27경기 타율 0.091에 그친 이재원은 시즌 종료 후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와 5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2경기서 보여준 이재원의 공수 양면 활약은 분명 한화의 센터 라인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경기 후 이재원은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팀을 어떻게든 이기게 하는 것이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실 마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포수가 나가서 어떻게든 한 점이라도 더 내려고 노력했는데 운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특히 세 번째 안타는 팀에게 중요했다. 3-3으로 맞선 9회 선두타자로 나와 마무리 홍건희를 상대로 안타를 친 것이다. 이 안타는 역전의 발판이 됐다.
이후 대주자 하주석으로 교체됐고, 이도윤의 희생번트와 장진혁의 내야 안타로 1사 1, 3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대타 문현빈이 스퀴즈번트를 성공시켜 하주석이 홈을 밟았다. 4-3 역전.
이재원은 "야구가 참 어렵고 또 자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안타 3개를 치게 돼서 운이 좋다는 생각이다. 팀원들도 축하를 많이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최고참인데, 어린 선수들이 파이팅을 많이 내주고 있어서 선배로서 고맙다. 또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원은 명장 2김과 함께 하게 됐다. 김성근 감독에 이어 김경문 감독과 만나게 됐다.
이재원은 "상상도 못했다. (선수 생활) 시작을 김성근 감독님과 5년을 했고, 말년은 김경문 감독님과 하게 됐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를 봤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김경문 감독의 응원의 말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재원은 "나이가 먹다 보면 아무래도 기대치도 떨어지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많이 하다 보니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인데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기사를 봤다"면서 "그걸 보면 선수 입장에선 '그래 할 수 있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들기도 한다. 제가 앞으로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김경문) 감독님이 있는 한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커졌다. 책임감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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