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한국인에게 필요한 심리 치료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72번째 레터는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2′입니다. 개봉 당일까지 엠바고를 걸어놓았길래 ‘영화가 별로인가’ 의심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웬걸요. 전편만큼이나 재밌었고, 캐릭터들은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감동은 더 깊어졌습니다. 시사회 땐 웬만하면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데, 과장 조금 보태 오열하다가 나왔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이가 살고 있는 라일리의 머릿속에 ‘사춘기 경보’가 울리고 불청객이 들이닥칩니다. 10대에 새롭게 느끼기 시작하는 불안·부럽·따분·당황이 새로운 주인공입니다. 라일리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의식하면서 불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죠. 불안은 기쁨이를 비롯한 기존의 감정들을 내쫓아버리고 감정 제어 본부를 장악합니다.
예전에 외국 취재원을 만났다가 “한국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취를 이뤄낸 선진국인데도 한국인들은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곰곰이 생각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릴 때부터 ‘아직 부족하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라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감정도 ‘불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불안이는 라일리의 마음 속에 ‘난 아직 부족해’라는 믿음을 심습니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고 라일리를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죠. 우리도 급변하는 사회에서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과 함께 성장해왔지만, 그만큼 기쁨은 뒷전으로 밀려났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불안이는 한국인에게 더 친숙한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네요.
질풍노도 사춘기답게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모험은 더 험난해졌습니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존 감정 캐릭터들과 개성 뚜렷한 새로운 캐릭터들의 시너지도 돋보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산해내는 ‘베개 요새’,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둥둥 떠다니는 ‘의식의 흐름’ 강,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휘몰아치는 ‘브레인 스톰(Brain Storm)’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엔 탄성이 나옵니다.
더 자세한 리뷰는 이 기사에 실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재밌게 보신 분들께는 자신있게 보러 가시라고 추천드리겠습니다. ‘엘리멘탈’에 뺏긴 역대 픽사 흥행 1위(한국 기준)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그럼 저는 다음 레터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춘기 소녀의 머릿속 점령한 불안… 내 모습 겹쳐 보여 어른도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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