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소재, 시원한 권선징악…'크래시' 시청률 고공행진

황재하 2024. 6.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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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마케팅·러브라인 없이 시청률 6%대…월화드라마 1위
ENA 드라마 '크래시' 주연배우 이민기(왼쪽)와 곽선영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오명언 기자 = 드라마 '크래시'가 교통범죄 수사라는 참신한 소재와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서사를 앞세워 톱스타 위주의 마케팅이나 로맨스 요소 없이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1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10회는 6.3%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ENA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최고 1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기존에 ENA 드라마 역대 2위 시청률 기록을 갖고 있던 '남남'(최고 5.5%)의 기록을 웃돈다.

특히 '크래시'는 tvN의 인기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방영 중이던 지난달 13일 방송을 시작했음에도 거의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해왔다.

'크래시'의 성적은 최근 다른 평일 드라마 대부분이 고전하는 것과 상반된다. 현재 방영되는 월화드라마의 시청률은 KBS 2TV '함부로 대해줘'가 최고 2.3%, tvN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이 최고 4.2%에 머물고 있다. 이달 6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는 최고 2.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NA 드라마 '크래시' 방영 화면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시'는 운전대를 쥔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 형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수사물이다. 이민기와 곽선영, 허성태, 이호철, 문희 5명의 배우가 TCI 형사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의 매력을 앞세우거나 이른바 '러브라인'으로 불리는 로맨스 요소를 담지 않고도 흥행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내 남편과 결혼해줘'나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의 드라마가 박민영, 김수현, 김지원, 변우석, 김혜윤 등 배우들의 로맨스 연기가 화제가 됐던 것과 상반되는 점이다.

'크래시'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거나 연인 사이가 되는 내용 없이 교통범죄 수사라는 참신한 소재를 충실하게 다룬다.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TCI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는 수사물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사건으로 등장한 교통사고를 가장한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했고, 이외에도 교통경찰의 자문과 여러 사건 기록을 토대로 각본을 써 현실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래시'는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2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이 연출했다. 두 작품은 실제 벌어졌던 범죄를 재구성한 듯한 현실감 있는 소재에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여주는 통쾌한 전개에서 공통점이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크래시'의 연출자가 '모범택시'를 연출한 감독인데, 성공 공식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현실에선 제대로 정의가 구현되지 않은 사건을 바탕으로 드라마에서 가상의 팀 또는 조직이 카타르시스를 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차량 추격 액션 장면도 볼거리다. 첫회부터 민소희(곽선영)가 범죄자를 쫓기 위해 차를 180도 회전시키는 묘기에 가까운 장면이 등장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추격 액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ENA 드라마 '크래시' 방영 화면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주인공의 성장도 시청자에게 호평받고 있다. '크래시'의 주인공인 형사 차연호(이민기)는 20대 젊은 시절 부주의 끝에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숨지게 한 죄책감을 품은 인물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차연호는 뛰어난 분석력으로 보험 사기범을 잡는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특채로 형사가 되고, 이후 자신이 일으킨 사고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헤친다.

차연호 외에도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민소희(곽선영),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픔을 딛고 TCI 팀을 이끄는 팀장 정채만(허성태) 등 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경찰서장 구경모 역할로 출연한 백현진, 민소희의 옛 연인이자 서울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팀장 이태주 역할의 오의식 등 감초 배우들도 재미를 더한다. 특히 백현진은 특유의 능글맞은 코믹 연기로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드라마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긴장감을 낮춰 호흡을 조절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악한 인물이 벌을 받는 것이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데, 지나치게 집중해서 다루다 보면 시청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줄 수 있다"며 "'크래시'는 유머 코드가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시청자들에게 '이건 허구다'라는 것을 보여줘 균형감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12부작인 '크래시'는 이달 18일 종영할 예정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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