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올렸다…중국발 '저가 공격'에 세계 곳곳 '관세 장벽'
'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과잉 공급 공세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관세 인상에 나서며 세계 곳곳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역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발 공급과잉이 자국 산업 시장과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관세 부과 조치를 감행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의 보복 조치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다음 달 4일경부터 최고 38.1%의 잠정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EU는 현재 모든 수입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7월부터 중국산에는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총 최대 48.1%)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중국 당국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지난해 9월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EU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관세 부과로 대응하겠다고 줄곧 경고해왔다.
주요 외신과 업계 및 전문가들은 유럽의 관세 인상은 튀르키예에 이어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 행보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미·중 간 패권전쟁이 유럽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 글래스고대 객원교수인 아싯 비스와스는 "미국과 유럽이 자국 전기차 경쟁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고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와 관세 인상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등을 통해 첨단산업 관련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8004억원) 규모에 대한 '폭탄'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저가 전략을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며 관세 인상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위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여러 관세 조치 안에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고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주요 광물 등에 대한 관세율 인상, 레거시 반도체 관세율 인상 등이 포함됐다.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튀르키예는 EU보다 먼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였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오는 7월7일부터는 이를 하이브리드와 내열기관차 등 모든 중국산 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상무부는 "국내 생산량 증가와 보호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일반 승용차와 하이브리드차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추가 관세가 차량당 최소 7000달러(964만원)로 설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산업 제품은 아니지만 남미에서는 멕시코, 칠레, 브라질이 중국산 철강에 대해 잇따라 관세를 상향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회장은 "추가 관세 도입은 (중국의) 보복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유럽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유럽산 자동차는 물론 치즈, 코냑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인하를 주장하는 기업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것은 시장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고, 경쟁이 펼쳐지도록 놔둬야 한다"며 관세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BMW의 올리버 집세 회장은 "EU에서 중국산 부품이 없는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을 것이다. (EU의 관세 인상 조치는) 자기 발에 총을 겨누는 격"이라며 "관세를 부과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기차 등 필요 기술 개발을 선도하려는 EU의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 등 중국산 전기차 유입 차단보다 새로운 제품 및 기술 개발 지원 등 유럽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회원국인 헝가리의 경제부는 이날 관세 조치 발표 후 성명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는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EU는 징벌적 관세 대신 유럽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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