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한국 자산가들이 美 ‘로봇 독’에 수억씩 꽂은 이유
최근 한 증권사의 고액 자산관리센터에서 미국 네발 로봇 개발사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400억 원어치 팔렸다. 비상장 기업인 이 회사의 주식에 자산가들이 수억 원씩을 넣었다고 한다.
고스트로보틱스는 방산 기업 LIG넥스원이 지난해 12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함께 지분 60%를 2억3900만 달러(약 3300억 원)에 사겠다고 한 회사다. 한투PE는 과학기술인공제회 산하 세마인베스트먼트와 1000억 원대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모집했는데, 일부를 개인 자산가들로부터 조달했다. 미국 당국의 외국 기업 투자 승인을 얻으면 올해 안에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201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된 4족 보행 로봇 제조사다. 군용·상업용 로봇을 만든다. 대표 제품인 비전60은 특히 군사용으로 쓰이는 4족 무인 지상 비히클(Q-UGV)로, 흔히 로봇 독(robot dog)으로 불린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반도체 자비에를 탑재하고 몸체에 부착된 카메라·센서로 정보를 수집해 전송하는 역할 등을 한다. 대당 가격은 16만 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 독은 이미 실전에서 쓰이고 있다. 미 공군이 고스트로보틱스의 비전60을 구입해 기지 주변 순찰에 활용 중이고, 미 국토안보부도 국경지대에서 밀입국자 감시에 시범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올 초 지진 구호 활동에 비전60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이 회사 로봇 독을 수색·작전 등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이 회사를 겨냥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대차가 2021년 인수한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고스트로보틱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일찍이 몸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 독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LIG넥스원이 고스트로보틱스 경영권 인수를 완료한 후에도 소송이 계속될 경우, 현대차와 LIG넥스원의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증권가에선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방산용 로보틱스 분야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면에서다. 미국 컨설팅사 CMI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용 로보틱스 시장은 2022년 210억 달러에서 2030년 35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LIG넥스원이 빅리그인 미국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군 납품 이력을 보유한 고스트로보틱스의 향후 사업과 LIG넥스원 무기군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국내 방산용 다족 보행 로봇 분야에서 ‘LIG넥스원·고스트로보틱스 대 현대로템·레인보우로보틱스’의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로템 은 2022년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와 방산용 다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국방 로봇이 평시와 전시에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 전투원 대신 감시·정찰 임무 등을 수행해 아군 생존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수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내년부터 4족 보행 로봇 제품군에서도 본격적으로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가 2대 주주(지분 14.71%)인 회사로,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로보틱스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은데, 주력 분야는 나뉜다. 시가총액 5조 원대의 로봇 대장주인 두산로보틱스 는 방산용이 아닌 협동로봇 전문 기업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작업을 보조하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은 6% 수준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보유한 한화그룹도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를 통해 협동로봇 분야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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