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선수가 잡는 거지" 명장의 입버릇…'최동원상' 김진욱이 꽉 잡았다, 롯데 골머리 앓게 만드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고교시절 '최동원상'을 수상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선발로서는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의 잠재력이 올해 대폭발하고 있다.
김진욱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투구수 95구,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강릉고 시절 '최동원상'을 수상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던 김진욱은 그동안 선발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데뷔 첫 시즌에도 선발로 실패를 경험한 뒤 불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지난해에도 4~5월 불펜 투수로 든든한 '허리'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올해 드디어 롯데가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는 모양새다.
김진욱은 올해 2군에서 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2.97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1군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이유는 '자리'가 없었던 까닭. 하지만 나균안을 비롯해 이인복이 부진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어렵게 확보한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는 중이다.
김진욱은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첫 1군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당시 5회 집중타를 맞으면서 실점을 기록했으나, 4회까지는 완벽한 투구를 펼치는 등 4⅓이닝 3실점(3자책)으로 역투하며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다시 한번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고,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비록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으나, 직전 등판 투구 내용도 훌륭했다. 김진욱은 6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는 5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조금씩 이닝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이날은 최고 146km 직구(40구)와 슬라이더(40구)를 바탕으로 커브(14구)-체인지업(1구)을 곁들이며 시즌 첫 번째 퀄리티스타트까지 기록했다.
흠 잡을 데가 없는 투구였다. 김진욱은 1회 선두타자 이주형을 3구 만에 삼진을 솎아내며 경기를 출발, 후속타자 로니 도슨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김혜성에게 위닝샷으로 128km 슬라이더를 구사해 다시 한번 삼진을 뽑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첫 위기 상황도 잘 넘겼다. 김진욱은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영우에게 2루타, 이원석에게 볼넷을 내주며 잠깐 흔들렸으나, 이재상을 144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순항은 계속됐다. 김진욱은 3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았는데, 후속타자 이주형의 1루수 직선타 타구에 정훈의 '호수비' 도움을 받으며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동시에 생산, 도슨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타선의 지원을 받은 4회에도 선두타자 김혜성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타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했고, 5회 이원석에게 안타,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자초한 1사 1, 2루 위기도 실점 없이 넘어서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3회 수비가 종료된 시점에서 투구수가 52구였던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이닝을 거듭하면서 투구수를 눈에 띄게 줄여냈고, 6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김혜성-송성문-김건희로 이어지는 타선을 봉쇄하며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김진욱의 퀄리티스타트는 지난 2022년 5월 1일 LG 트윈스전 이후 773일 만. 그리고 내친김에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에 도전했다.
이날 김진욱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7회였을 터. 김진욱은 첫 타자 고영우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이닝을 출발했는데, 후속타자 이원석에게는 3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하며 무난하게 아웃카운트를 생산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3루수 김민성이 포구 실책을 범했고, 무사 1, 2루 위기에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김진욱은 이어 나온 김재상을 상대로 초구에 유격수 인필드플라이를 유도,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100구에 도달하지 않았던 만큼 조금 더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롯데 벤치는 김진욱을 내리고 김상수를 투입했다. 추격의 빌미조차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 이에 바통을 이어받은 김상수는 김진욱이 내보낸 고영우의 득점까지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단 1점으로 위기 상황을 잠재웠고, 롯데가 9-2로 승리하면서 김진욱은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마음고생을 올 시즌을 통해 완전히 털어내는 모습이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기존에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나균안과 이인복이 컨디션을 회복하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롯데는 현재 김진욱을 비롯해 '40억 사이드암' 한현희와 '특급유망주' 이민석이 이들의 마운드의 공백을 잘 메워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무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기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회는 주는 것이 아닌, 선수가 잡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결국 기회는 감독이 주는 것이 아닌 선수들이 실력으로 꿰차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김진욱은 실력으로 기회를 만들었고, 이를 제대로 부여잡았다.
현재 김진욱과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상무 입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상무대 입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습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등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진욱이 롯데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올 시즌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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