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메모리·패키징 결합해 AI 시대 '턴키' 승부 [SFF 2024]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2024. 6.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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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가 메모리·패키징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칩셋과 메모리 간 통합 패키징이 필수화 된 AI 시대를 맞아 그간 파운드리 사업에서 약점으로 꼽혀 왔던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정체성을 장점으로 승화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통합 솔루션 전략을 통해 2028년 AI 관련 파운드리 매출을 지난해보다 9.1배 늘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12일(현지 시간) 미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4’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는 미 실리콘밸리 DS부문 미주총괄(DSA)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4’를 열고 AI 시대를 겨냥한 파운드리 전략을 공개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AI 시대를 맞아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에 최적화한 GAA(Gate-All-Around)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으로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원스톱’ 솔루션은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 역량을 모두 지녔다는 강점을 살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간 유연한 통합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엑시노스’ 등 칩셋을 설계·생산해 메모리 패키징까지 마무리하는 듯한 경험을 고객사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상무는 “세 개 사업 분야간 협력으로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여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며 “2027년에는 광학 소자(실리콘포토닉스)도 AI 솔루션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학 소자란 반도체 내에서 기존 전자 외 광자 데이터 전송을 적용해 더욱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뜻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그간 IDM이라는 이유로 외부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 자체 물량이 우선시되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패키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AI 시대에는 IDM이라는 특성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일례로 HBM4부터 도입이 논의되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에서는 칩셋과 메모리가 직결돼 설계·제조·메모리·패키징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파운드리 경쟁사 TSMC는 메모리 역량이 없고, 메모리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파운드리 역량이 없는 반면 삼성전자는 모든 요소를 갖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 원팀 협력으로 AI 솔루션을 ‘턴키’로 제공할 수 있어 고객사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사진제공=삼성전자

공정 또한 고객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운드리포럼에서 신규 최선단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는 대신 기존 2나노(nm)·4나노 로드맵에서 효율을 높은 신공정 SF2Z(2나노)와 SF4U(4나노)를 선보였다. 숫자로 표기되는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실제 생산되는 제품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보다 실제 PPA(소비전력·성능·면적) 개선이 수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SF2Z는 기존 2나노에서 후면전력공급(BSPDN)이 추가된 공정으로 2027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 후면에서 전력을 공급하면 전력과 신호의 병목을 개선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인텔은 2025년, TSMC는 2026년 후면전력공급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2025년 선보일 SF4U는 기존 4나노에 광학적 축소(옵티컬 쉬링크)를 더해 같은 디자인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공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최초 도입한 GAA의 성숙도를 높이고 당초 목표대로 2027년 1.4나노 공정에 진입한다는 계획이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원팀 솔루션과 공정 효율 강화를 통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AI 파운드리 수요를 잡아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연계 매출과 고객사 수가 각각 1.8배,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2028년에는 매출이 9.1배, 고객사는 4배 증가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수요 증가에 맞춰 올해 3나노 GAA 공정 웨이퍼 출하량 또한 2022년 대비 20배로 확대하고, 한국은 물론 미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통해 클린룸 면적 또한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와 조나단 로스 그록 CEO 등 삼성전자 주요 협력사가 참석했다. 하스 CEO는 “삼성전자와 ARM은 1996년부터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원스톱 솔루션으로 설계자산(IP) 제공부터 실제 생산까지 2년 이상이 걸리는 현 반도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스 CEO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을 통해 그록 전용 LPU(언어처리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루 뒤 파운드리 생태계가 집결하는 'SAFE 포럼 2024’를 연다. 마이크 엘로우 지멘스 CEO, 빌 은 AMD VP, 데이비드 라조브스키 셀레스티얼 AI CEO 등이 참석한다. 지난해 출범한 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 얼라이언스'의 첫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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