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영일만 유전' 뚫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강민경 2024. 6. 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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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시추' 놓고 정치권 대립 지속
전문가 "액트지오 아닌 '아브레우'로 전문성 판단해야"
/그래픽=비즈워치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어쩌면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진 이후 10여일.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연일 격화되고 있습니다.

석유 시추를 반대하는 측은 물리탐사를 수행한 기업 '액트지오'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지적도 이어집니다. 

'시추 성공률 20%'의 의미와 투자비용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치열합니다. 기쁜 소식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발표함으로써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측면 역시 분명 있습니다. 

물리탐사 결과 믿을만한가

포항 영일만 시추 계획./그래픽=비즈워치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이를 분석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 관련 각종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액트지오가 소수 직원들로 이뤄진 기업이고 본사가 가정집이란 점이 먼저 도마에 올랐죠. 

과거 체납했던 세금 문제까지 드러났습니다. 이에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가 "한화로 약 200만원 정도에 착오로 미납됐던 건"이라며 "석유공사와 계약 전 이미 완납했다"고 해명했고요. 정부는 계약 당시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언급되는 까닭은 결국 '전문성'에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회사에 맡긴 자문용역 결과를 믿어도 되는 거야?' '페이퍼컴퍼니 아니야?' '전문성은 제대로 갖춘거야?' 등 의문과 의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액트지오라는 법인보다 '빅터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을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분석가가 탐사 자료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 자격·능력·경험을 가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의사에 비유할 수 있겠다. 환자가 CT나 MRI를 찍으면 영상자료를 분석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따로 있지 않나. 그 의사가 해석을 하면 주치의는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집도의는 수술을 통해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수술이 곧 '시추'인데, 수술은 집도의를 비롯해 수술을 보조할 인원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브레우 고문은 수술이 아닌 영상자료 분석을 맡은 셈이다. 전문의 한 명이 MRI 판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석유 시추 자료 해석도 분석가 개인의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 그 회사의 매출과 법인을 둘러싼 논란 등은 부수적인 요소다."

빅터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열린 '동해 심해 가스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액트지오 소유주인 아브레우 고문은 '30년 경력 업계 최고급 전문가'로 평가됩니다. 미국 퇴적학회장을 역임,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에서 지질그룹장 등을 거쳤죠. 엑슨모빌 재직 당시 최대 심해유전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을 두고 이견이 있긴 힘들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국 퇴적학회는 국제적 위엄이 상당한 곳인데 회장을 역임했다는 것은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며 "엑슨모빌에서 15년가량 근무한 이력도 아브레우 고문의 기술력을 높게 보는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 교수는 "국제적 명성과 전문성을 놓고 본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 성공률'의 의미

그렇다면 '20% 성공률'에 시추를 강행해도 괜찮을까요? 시추 1회당 약 1000억원이 들어가니 정부 계획대로라면 총 5차례에 5000억원이 소요될 텐데요. 

전문가들은 "심해유전 시추 20% 성공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남미 가이아나도 최초 가능성 6%에서 16% 확률로 상승, 결국 성공된 케이스입니다. 10번 중 8번은 실패하는 확률이지만 자원 개발 특성상 실패율이 워낙 높다 보니 단순 수치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구체적 근거자료를 추가 제시하라'는 정치권 공세가 발목을 잡습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액트지오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는 시추예산을 늘려줄 수 없다"고도 했죠.

사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보니 정부의 상세한 설명을 요하는 입장을 비판하기도 쉽진 않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을 땐 정치 공방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수차례 시도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게 자원 개발인데 여야 합치가 되지 않으니, 실패 시 돌아올 책임 추궁을 벌써부터 우려해야 하기도 합니다.

유 교수는 "실무급 국장이나 과장급이 발표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을텐데 자원 개발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탐사시추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데, 그런 논의가 이어지면 제대로 된 시추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보안상 추가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탐사시추에 성공해 이후 제대로 된 샘플을 시장에 내놓으면,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협업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주장입니다. 

강 교수는 "상품성만 갖춘다면 본격적인 생산라인을 만드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더라도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지분 투자를 활용할 수 있다"며 "석유공사가 초반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 지속 축적해 적기에 제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 교수는 "석유공사는 보수 정권의 소유도 진보 정권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정부 공사로서 본 목적에 따라 석유를 개발하고 비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모두가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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