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승 명장의 힘' 감독 교체→승률 1위, 김경문호 한화의 '이기는 야구'가 시작됐다

잠실=안호근 기자 2024. 6. 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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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이것이 명장의 힘일까. 한화 이글스가 감독 교체 후 치른 8경기에서 5승 2패 1무, 승률 0.714로 승률 1위를 달리며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66)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스퀴즈 번트 결승타로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일 김경문 감독이 정식 한화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4일부터 KT에 3연승을 달린 한화는 지난 주말 홈에서 NC에 1무 2패로 주춤했지만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올리며 쾌속 질주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최고 승률. 롯데와 두산이 5승 3패(승률 0.625)로 뒤를 잇는다.

시즌 29승 34패 2무(승률 0.460)를 기록한 한화는 아직 7위에 머물고 있지만 상위권 도약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한화는 지난해 탈꼴찌에 성공하면서도 홈런왕 노시환, 신인왕 문동주 등 새로운 선수들의 성장으로 가능성을 키웠다. 지난해 채은성, 올 시즌을 앞두고 안치홍을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왔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친 류현진까지 복귀해 가을야구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까지 나섰던 한화지만 4월 잇따른 연패로 하락세를 탔고 결국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동반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일 감독 취임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뉴시스
'리빌딩은 끝났다'고 선언한 한화에 필요한 건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감독이었고 한화의 선택은 통산 896승으로 역대 KBO 최다승 6위에 올라 있는 김경문 감독이었다. 6년 만의 현장 복귀로 우려도 나타났으나 기우였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색깔을 강하게 하기보다는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장점을 섞을 생각"이라고 했다.

부임하자마자 3연승을 달린 한화는 안방에서 1승을 거두지 못해 김경문 감독의 통산 900승을 앞두고 아쉬움을 남겼지만 11일 잠실구장에서 대업을 이뤘고 이날까지 연승을 달렸다.

한화 감독 부임 후 달라진 또 다른 변화는 적극적인 번트 사인이었다. 전날도 경기 초반부터 주자 2명이 출루하자 번트 사인을 냈고 주자를 2,3루에 보낸 뒤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선취점을 냈다.

과거 '믿음의 야구'로 대표됐던 김 감독이다. 부진한 선수에게든, 박빙의 상황에서든 번트보다는 강공을 지시하는 일이 많았고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로 이어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할대에 허덕이던 '선수 이승엽'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준결승과 결승 연속 홈런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뤘던 게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기 전 만난 김경문 감독은 "(번트를) 지금은 대야 한다"며 "몇몇 베테랑을 빼놓고는 아직은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과 싸워서 이길 능력이 부족하다. 조금 더 도와주고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점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어 "당분간은 제 야구를 떠나서 번트는 조금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나중에 팀에 힘이 더 생기고 나면 그때는 또 제 야구를 하겠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 두산과 NC 다이노스 감독 시절 '뛰는 야구'로 재미를 봤던 김 감독은 도루 부문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을 향해 "(도루 성공률) 꼴찌를 하고 있더라. 점수 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어느 팀이나 빠른 선수들이 많다면 강해질 수 있다. 한화도 빠른 선수들,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을 더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고 발 빠른 선수들을 과감히 활용하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도루 사인을 냈다.

이 기간 도루 7개를 성공했다. 실패도 4개나 나왔지만 적극적으로 달려 손쉽게 득점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원석(중견수)-황영묵(2루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채은성(우익수)-김태연(지명타자)-이재원(포수)-이도윤(유격수)-유로결(좌익수) 순으로 타선을 꾸린 김경문 감독의 한화는 두산의 에이스 브랜든 와델을 공략해 앞서가기 시작했다.

류현진이 실점 없이 잘 버티고 있었고 3회초 1사에서 선두타자 유로결, 이원석과 황영묵, 안치홍의 4연속 안타로 먼저 2점을 달아났다. 주목할 것은 유로결과 이원석 등은 부임 이후 발 빠른 타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4회초에도 김태연의 2루타와 이재원의 우전 안타로 1점을 더 달아내며 승리에 한 발짝 다가갔다.

한화 이글스 이재원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적시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치명적인 실책 2개가 뼈아팠다. 5회말 유격수 이도윤의 포구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한화는 내야안타 포함 3안타를 맞고 결국 2점을 내줬고 모두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6회까지 버티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뒤 승리 요건을 안고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다시 한 번 실책에 울었다. 김재호의 안타, 조수행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상황에서 헨리 라모스의 1루 선상 땅볼 타구를 1루수 안치홍이 잡아내지 못하고 3-3 동점이 됐다.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화는 '이기는 야구'를 펼쳤다. 한화가 기회를 잡았다. 이재원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한화는 곧바로 대주자 하주석을 투입했다. 이도윤의 침착한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올려놓은 한화는 유로결의 행운이 따른 내야안타로 1사 1,3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김경문 감독은 대타로 좌타자 문현빈을 내보냈는데 두산은 좌투수 이병헌을 올리며 응수했다. 단순히 대타를 내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문현빈이 돌연 번트를 시도했고 두산 이병헌이 다급하게 전진했으나 포구도 하지 못하고 한화의 득점을 지켜봐야 했다.

김경문 감독이기에 더욱 예상하기 힘들었던 스퀴즈 번트 사인이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9회에 지든 이기든 끝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찬스에서 작전을 잘 수행해 준 우리 선수들 덕에 연승을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9회초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하주석(오른쪽)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9회초 대주자로 나선 뒤 문현빈의 기습번트 때 홈을 파고들고 있다.
반드시 이기기 위한 승부수를 꺼내들었고 희생번트, 대타, 스퀴즈 번트까지 모든 승부수가 들어맞으며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승리를 이끈 문현빈을 통해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문현빈은 "강공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고 한 번에 성공을 해야 되는 작전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했다"면서도 "성공해서 안도의 웃음만 나왔다. 어차피 나는 죽어도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타구를 계속 살피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타구가 엄청 셌던 것 같기는 한데 코스가 다행히도 괜찮았다. 기분이 좋았다"며 "대타로 나왔을 때 결과보다는 투수의 타이밍에 더 집중하니까 몰입할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되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올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현빈이지만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더욱 힘을 내고 있다. 그는 "저에게 굉장히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신다"며 "경기 전이나 연습할 때부터 경기에 나갈 것이니 계속 준비하고 있으라고 용기를 주시게 좋은 마음을 품게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이기는 것만이 목표다. 앞서 김 감독은 "올해는 우선은 5할을 맞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을 생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화가 5할 승률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한화 이글스 하주석(왼쪽)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9회초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오른쪽)이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승리의 주역 문현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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