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KC인증은 호환 안돼"… 글로벌 상호인정 필요성 대두

김서연 기자 2024. 6. 13.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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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 KC인증 실효성 논란] 수입업체·수출국·소비자 모두에게 부담 가중
[편집자주] 잇단 유해물질 검출로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가 'KC인증' 카드를 꺼냈다가 오히려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3일 만에 직구 금지를 철회하고 입장을 번복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규제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로 재조명된 KC인증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짚어보았다.

정부가 3일 만에 철회한 직구 관련 KC인증 의무화 지침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업계는 복잡한 절차와 비용, 글로벌 상호 인정 문제 등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송호제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 판매 제품 안전성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KC 인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KC 인증의 복잡한 절차와 높은 비용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해외 직구 연간 1억건' 시대에 맞게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국민 안전 대책 강화를 위해 KC 인증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거래는 연간 1억 건이 넘는 데 반해 전국 세관의 해외 직구 물품 검사 인력은 300명을 밑돌아 관리 부실 문제가 제기됐다. 관세청 등에 한정됐던 해외 직구 제품 안전성 검사를 KC 인증을 통해 각 부처로 확대하면 제도의 실효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의견이다.

EU도 중국발 직구 제품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지난달 23일 로이터 통신은 "독일의 유통협회 HDE는 쉬인과 테무의 제품들의 EU 규정 준수 여부를 세관 당국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테무의 제품들이 EU의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당국은 이를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내수판매 제품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인 CCC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수입업체 로리스토어를 운영하는 이호진씨는 "사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들의 90%는 CCC인증을 받는다" 며 "CCC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품질결함이나 유해성분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하지 않은 제품들을 걸러내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비싼 KC 인증, 영세기업엔 큰 부담


정부는 지난 16일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대책 발표 당시 "(KC 인증 이외에) 해외 공신력 있는 인증도 교차 인정이 되느냐"는 질문에 "여타 글로벌 인증은 해당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입 제품에 대해 KC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서류 및 제품 확인 → 시험 접수 → 시험 → 인증서 및 성적서 발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증 시 제품테스트, 인증기관 수수료, 공장심사, 컨설팅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수출입인증센터에 따르면 KC 인증을 획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조배터리는 통상 소요 기간 8주, 200만원 초반의 비용이 예상된다. 고주파 괄사 마사지기는 2~3주의 기간과 300만원의 비용, 어린이 머리끈은 50만~150만원 사이의 비용이 예상된다.

인증받았더라도 제품의 구성, 색 등이 달라지면 기술표준원은 동일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씨는 "3개월 전에 인증을 이미 받은 제품이었는데 중국 제조사에서 고지 없이 부품을 바꿔 세관에서 전량 압수 및 폐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KC 인증으로 인해 제품 수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머니S가 수입업체 7곳에 문의한 결과 KC 인증 전 과정에 드는 대행 비용은 최소 100만원 중반에서 500만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증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서류만 대행하면 80만~150만원 수준의 비용이 들었다.



까다로운 미국·유럽·일본 통과해도 한국서 또 인증 요구


국내 기준인 KC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은 상대국에는 비관세 장벽으로, 기업과 소비자에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세 수입업체나 개인에게는 문턱이 꽤 높다. 영세업체들은 복잡한 제품분류 표준과 법령 때문에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통상 2~3 곳 정도에서 컨설팅을 받는다. 인증 비용의 20~30%는 컨설팅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유럽산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KC 인증이 '이중부담'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육아용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유럽의 CE가 KC 인증보다 기준이 엄격하고 안전하다"며 "수입 가격에는 이미 CE 인증 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KC 인증을 또 받으면 인증 비용만 이중으로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상호협정 MRA(Mutual Recognition Agreement)를 통해 이중 규제를 피하고 있다. 상호인증 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의 'UL'과 일본의 'PSE'는 수출 및 수입 시 상대국과의 인증을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수출 및 수입시 상호인증 협정을 맺고 있는 국가는 캐나다뿐이다. KC인증의 글로벌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전파인증 제품과 관련해 한국이 2단계 협정인 인증서 상호인정을 맺고 있는 국가는 캐나다뿐이다. 시험성적서를 인정하는 1단계 협정을 맺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EU, 영국, 베트남 칠레 등이 있다. 1단계는 시험성적서만 인증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각국의 다양한 인증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해성을 검사하고 해당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구매 여부는 정보를 알고 난 뒤의 개인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가 있다면 각 나라의 인증 제도를 상호 인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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