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뛰어든 '100년 농기업' …"한국, 인프라 개선 시급"

권다희 기자 2024. 6. 1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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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 5] 배양호 바이와알이 코리아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전기를 만들고 산업활동을 하며 이동할 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변화가 전세계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한 변화가 산업과 경제 구조의 탈탄소화를 재촉하면서 새 시장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시장이 재편된다.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밸류체인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유럽이 산업정책 차원에서 '녹색산업'을 지원한다. 한국을 녹색산업의 협력 파트너로 바라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협력 관계인 국가의 기관·기업과 만나 전세계 녹색산업의 진화를 짚어본다.

배양호 바이와알이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101년 된 독일 농업 기업이 세운 재생에너지 기업 바이와알이(BayWa r.e.). 현재 34개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이 기업은 2019년 한국에 진출해 태양광과 육상풍력 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2022년부터 바이와알이 한국 법인을 이끄는 배양호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풍력사업에 진입할 당시 풍력영업부장과 현대종합상사 그린에너지본부장을 거쳐 ,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신재생사업처장을 맡았다. 한국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모두에서 약 20년간 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한 흔치 않은 이력이다. 지난달 16일 배양호 대표를 만나 한국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바이와(BayWa AG)는 글로벌 농업 기업으로 유명하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은
▶바이와는 농산물 유통, 생산 등을 주력으로 하던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차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농업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 중 하나라는 점도 그 배경이다. 바이와가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기술 분야 기업들을 인수해 2009년 바이와알이를 설립했다. 지난해 기준 바이와 글로벌 연매출 239억유로(35조원)의 약 4분의1을 바이와알이가 만든다.

-바이와알이의 한국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19년에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현재 23명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 중이다. 한국에서는 태양광 사업과 육상 풍력사업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의 경우 사업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준공한 태양광 사업은 지붕형을 포함한 중소 규모 및 염해농지 등 총 50MW 규모이며, 추가 개발중인 사업은 풍력과 태양광 1GW규모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아시아태평양에 진출한 8개국 중 호주에 이어 한국에서 프로젝트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 한국 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정부의 확실하고 강력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문제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계통(전력망)의 한계로 대규모 사업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지역 민원으로 인한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주민들의 전체 동의를 요구하는 등 소극적인 인허가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늦추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주민수용성 해결을 온전히 주민과 사업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방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또 민원이 발생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무조건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을 원하기 때문에, 단순한 합의금 목적성의 민원에도 사업자에게 해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주민과 사업자 간 협상의 출발점을 잡아주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태양광, 육상 풍력의 경우 국토 면적 등의 이유로 한국에선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합하지 않다는 회의론도 있다.
▶ 한국에서 태양광을 추가로 설치할만한 부지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 일부 현실성이 떨어진 이격거리* 조례로 인해 활용되지 못하는 부지가 여전히 많다.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계통연계 용량 확보 등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률 자체에만 열을 올리고 수반돼야 할 인프라 확충에 늦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육상풍력의 경우 주민동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지자체 마다 상이한 이격거리 규정을 신설하고 있고, 일부 주민의 1%의 반대만 있어도 사업에 대한 인허가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해상풍력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한국의 해상풍력 발전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기는 조치는
▶ 궁극적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규모가 큰 해상풍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적, 물리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계통연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사업도 연계 시점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개별사업자들이 공동접속망을 구성해 기존 한전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경우도 다수인데 개별사업들의 사업추진 일정 등이 다른 걸 감안하면, 민간이 공동접속망을 건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해상풍력특별법의 입법 지연 역시 많은 투자자와 산업계로부터 국가 정책 방향의 일관성에 대한 의구 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해상풍력특별법은 21대에서 통과하지 못 해 폐기됨). 이와 더불어 군작전성검토에 따른 풍력발전기 고도제한과, 지역별로 상이한 공유수면 점·사용료의 현실화 등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 본다.

-영농형 태양광처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전통 산업과 재생에너지 사업이 '윈윈'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와알이는 모기업이 농업기업인만큼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대한 연구와 실적이 축적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영농형 태양광 확대 잠재력을 어떻게 전망하는 지
▶현재까지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일시사용허가가 8년으로 제한돼 있어 태양광 사업자에게 수익성이 없었으나, 이제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3년으로 연장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일반적인 설치에 비해 설치비용이 많고 부지 활용도가 떨어지므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등으로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완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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